꽃으로 덕업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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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덕업일치
  • 곽은영 기자
  • 승인 2024.04.1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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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스풀라워> 김현지 대표

해방촌 신흥시장 안에 위치한 <블리스풀라워>는 꽃을 선물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더없이 행복한(Blissful)’ 순간을 온전히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꽃가게다. 김현지 대표는 신흥시장이라는 공간이 가진 특별함이 <블리스풀라워>의 매력을 완성한다고 말한다.

블리스풀라워 김현지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블리스풀라워 김현지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음악을 전공한 김현지 대표가 꾸민 한 다발의 꽃은 음악과 닮은 점이 많다. 주어진 재료로 다양한 노력을 하고 만나는 관계들 속에서 변주하는 것이 특히 그렇다. 나다움을 잃지 않고 새로움을 재창조하고 다채로움을 누리며 일하고 살아내고 싶다는 김 대표는 <블리스풀라워>에 새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고 있다.  

 


분갈이 하듯 연 꽃 작업실
<블리스풀라워> 김현지 대표는 창업 전 레스토랑 꽃 작업실에서 근무했다. 식사 예약 시 주문한 꽃다발 상품 준비, 프라이빗룸 테이블 장식, 레스토랑 정원 가드닝, 정원에서 진행되는 스몰웨딩을 위한 버진로드나 웨딩아치 장식과 같은 웨딩 작업을 했다.

퇴사 후 창업 직전까지는 다른 꽃작업실에서 패션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와 레스토랑, 기업체 등의 정기배송 작업을 했다. 지난해 8월 해방촌에 <블리스풀라워> 문을 연 것은 김 대표에게 뿌리가 커진 식물의 화분 분갈이를 하듯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창업은 조금 더 먼 미래에 계획하고 싶었지만 자연스레 스스로가 떠받치고 있던 세상을 바꿔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어요. 젊고 건강할 때 더 커다란 세상에 나아가보자 결심 했어요.”

‘블리스풀라워(Blissfulower)’는 ‘Blissful’과 ‘Flower’를 합쳐 언어유희처럼 만든 이름으로 ‘세상의 아름다운 꽃으로 더없는 행복을 전하는 행복제작소’라는 뜻이다.

꽃집 같지 않은 꽃 작업실이다. 매체에서 만든 플로리스트의 이미지, 플라워숍의 전형적인 모습을 깨고 꽃집 같지 않은데 예쁜 꽃을 만드는 작업실이었으면 했다. 

 

 

블리스풀라워 김현지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블리스풀라워 김현지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재즈가 흐르는 꽃집
김 대표는 꼭 꽃을 사지 않더라도 쉽게 꽃을 볼 수 있게 꽃집의 문턱을 낮추고 싶었다. 2층 공간에서는 전시회를 열고 계절마다 재즈를 리스트업해 매장 바깥부터 음악이 들리게 튼다. “정해진 콘셉트는 없는데 세상의 모든 이야기와 꽃, 예술, 좋은 문화들이 영감이 되어 <블리스풀라워>를 완성해요.”

그는 어린 시절 아빠가 사 온 꽃을 화병에 꽂고 화분을 가꾸는 엄마를 보면서 ‘나도 꽃을 가꾸는 어른이 돼야지’라고 생각했다. “제가 음악을 전공했거든요. 생각보다 꽃 선물을 많이 받으면서 자연스레 꽃을 많이 접했어요.

선물 받은 꽃다발 포장을 풀고 화병에 꽂으면서 각기 다른 꽃집의 스타일을 보게 됐어요. 꽃을 선물할 때는 직접 꽃을 사서 포장해 선물하기도 했어요.” 그는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직업을 고민하며 음악 다음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 사이 꽃을 배웠고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을 딴 김에 일을 시작했는데 너무 잘 맞았다. “일하고 있는데 노는 것 같고 노는데 일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덕업일치였죠.” 플로리스트로 일하면서 그는 번아웃을 겪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월요병이 뭐냐고 할 정도로 출근을 좋아하는 사람이 됐다.  

 


열정과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
<블리스풀라워>가 위치한 신흥시장은 시공간을 초월한 듯 기분 좋은 낯선 매력을 간직한 곳이다.

“작년 봄에 밥을 먹으러 왔는데 일반적인 시장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길에서 골목으로 들어왔는데 갑자기 이국적인 광경이 펼쳐지는 특별한 공간이었어요.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더 예뻐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좋은 공간에 꽃가게가 없었어요.”

직업인들이 함께 모여있다는 것도 좋았다. “모두 분야는 다르지만 자기 일에 엄청난 열정과 자부심이 있어요. 존재만으로도 귀감이 되고 나도 묵묵히 내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돼요. 출근하면서 나누는 인사가 힘이 되고 행복감을 느껴요.”

많은 사람이 플로리스트 하면 우아하게 꽃을 만지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그런 시간은 잠깐이고 잡무가 더 많다. 새벽 시장에서 무거운 꽃들을 사 들고 와 식재료 손질하듯 하나하나 컨디셔닝하고 부자재를 확인한다. 몸은 고되지만 꽃을 통해 행복해하는 이들을 보면 고된 시간을 잊는다.

“아, 나 이 맛에 꽃 하지! 하며 존재감을 상기해요. 꽃 파는 것을 넘어 마음과 행복을 함께 느끼는 것을 놓치지 말자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재미있는 일들을 계속 기획하려고 해요. 많은 이들과 ‘Blissful Moment’를 즐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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