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담은 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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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담은 한 끼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4.04.0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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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돈카츠> 유상수 대표

‘한 장 3500원’이라는 파격가를 선보인 <인생돈카츠> 유상수 대표. 바보처럼 장사한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찾아오는 분들께 부담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고객 감동으로 이어진다. 결식 아동 봉사에 대해서도 ‘집에 오는 손님에게 밥 한 끼 대접하는 건 당연하다’라는 겸손까지 보인 그는 아이들이 부담 갖지 말고 자주 와서 ‘잘 먹었어요’라는 인사를 남기고 가면 바랄 것이 없다.

인생돈카츠 유상수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인생돈카츠 유상수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유상수 대표는 최근 이어지는 인터뷰 요청과 총리 방문 등에 무슨 일인가 싶다고 한다. 그저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이 기죽지 않게, 기분좋은 식사를 할 수 있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어서 시작한 일에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봉사라고 할 정도도 아니라는 유 대표의 선량한 마음이 어느새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된 것이리라. 

 

친구처럼 친척처럼  
“봉사하는 이유요? 하면 좋은 거 아닌가요. 밥 한 끼 제공하는 걸 봉사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친구나 친척이 와도 밥 한 끼는 대접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한 유상수 대표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선행을 봐왔다고 얘기했다.

중식당을 운영한 부모님은 가출 청소년들을 보면 밥을 먹여서 보내거나 배달 등 일 자리를 제공했다. 그 모습을 봐오면서 유 대표도 배곯는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봉사를 하고자 한 것이었다. 

유 대표는 2022년 11월 오픈한 <인생돈카츠>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5월부터 봉사에 나섰다. 처음엔 소개를 받은 2명의 아동을 후원했는데, 후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겠길래 다른 방법을 찾고자 했다. 이후 소개받은 천사원에 두어 번 후원했는데, 이번엔 담당자가 바뀌면서 소통이 어려워졌다.

어린이들이 매장에 오면 대접해주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그러던 참에 ‘선한영향력가게’를 알게 됐다. 결식 아동들이 매장으로 직접 온다고 하면 더 잘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뜻 시작했다.

 

인생돈카츠 유상수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인생돈카츠 유상수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선한 영향력이란  
“사실 돈카츠는 튀김이라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잖아요. 돈이나 돈카츠를 보내는 것보다 매장에서 잘 만든 돈카츠를 대접해주고 싶었어요.”

유 대표는 매장 입구에 ‘50% 할인’이란 문구를 적어놨는데 방문하면 무료로 주겠다라는 생각에 결식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막상 직접 와서 얘기하는 아이들이 없었는데 어느날 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급식 카드로 <인생돈카츠>에서 결제를 많이 했다는 얘기를 듣고 유 대표는 막상 와서 말을 못 꺼낸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이후 구청 담당자에게 “편하게 얘기하라고 전해달라”라고 요청하고, 키오스크에도 ‘꼭 얘기해주세요’라고 써붙였다. 그러고보니 아이들 입장에서 급식 카드를 꺼내고 말한다는 것도 부담일 것 같아서 카드로 결제하면 환급해주는 건 어떨까 방법도 고민했다. 

유 대표가 선한영향력가게에 동참하면서 외부에도 선행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총리가 찾아와 격려하는 등, 아이들을 돕고자 하는 그의 의지에 감복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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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셔서 늘 바쁘신 바람에 어린 시절 추억이 별로 없었어요. 가족과 늘 함께 하고 싶어서 자영업은 안 하려고 했는데 우연찮게 하게 됐습니다. 돈카츠를 아이템으로 삼은 덕분에 아내와 아이들이 자주 먹으러 옵니다.”

육류를 총판하는 친구를 통해 좋은 재료를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어서 ‘돈카츠 1장 3,500원’이라는 파격가를 선보일 수 있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고품질의 <인생돈카츠>의 돈카츠, 치즈카츠를 한번 먹은 고객은 단골이 된다. 골목 안이라는 위치 때문에 신규 유입이 쉽지 않아 방법을 찾기 위해 교육받으면서 공부하고 있다.

가격을 올리란 얘기를 듣고 있지만 유 대표는 그보다 시그니처 메뉴와 <인생돈카츠> 7대 원칙 등 고객을 위한 정성을 더 알릴 계획을 세웠다. 등심으로 치즈를 감싸서 200번 이상 두들기는 치즈돈카츠에 ‘이백돈’이란 이름 붙여서 스토리를 만들고, 오븐에 구워 기름기를 뺀 담백하고 부드러운 떡갈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갈비’라는 이름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이렇게 <인생돈카츠>를 안정 궤도에 올리면 하루 15시간 근무에서 주 5일 근무로, 앞으로 세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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