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일찍 너를 알아보았다
한 겨울 얼음 꽃이 되어 검붉게 웃는
너는 분명 초극의 심장이다
순박한 꽃말들을 사라지게 할
봄이 기어코 오고야 말지만
올 해 또 여전히 그 겨울 거기서 스스럼없는 모습으로
나의 눈에 들어온다
설야에 화인(火人)같은 붉은 꽃봉오리가
숙연히
깊은 울림을 퍼내면
이내 황금빛 꽃술과 함께 숲은 찬란해진다
동백의 개화다
하얀 눈 숲에 붉은 꽃잎은 치명적이다
동백꽃의 미는 장미의 화려함보다 더 유혹적이다
시선을 강탈하고 절로 매만지게 하고 화병을 떠올리게 한다
있음으로 해서 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다
동백꽃 14년
동백꽃이 필 무렵엔 어김없이 발행 기념호가 나왔다
붉은 꽃잎의 동백처럼
매년 더 깊고 풍요로우며 생동하는
눈밭의 화인 같은 잡지 책 한권이고자 했다
융단 같은 그 느낌의 잎들을 보며
조금이라도 더 곁에 두고 싶었던 기억이 언제나 있다
우리의 잡지도 누군가에게 그런 애달픈 실체로 남아있기를
소망하고 또 갈망한다
14년을 한결같이 우리는 동백이다
붉은 정열의 행진으로
누구도 밟아 본 적 없는 설원에
또렷한 발자취를 새겨가고 있다
길이 아닌 곳에 이정표를 세우는 건 어리석다고
매섭게 몰아붙였던 그 때의 그 사람들
하지만 지금 바로
창백하게 움츠러든 심장에
동백이 빨갛게 물든다
12월, 동백의 개화와
발행 14주년이 마주한다
사랑하는 독자에게
친애하는 업계 종사자에게
신뢰하는 기자에게
14년 동백꽃을 기어이 꺾어드린다
14년 월간<창업&프랜차이즈> 발행 기념호와 함께
고난의 설한(雪寒)에서 겸손한 듯 도도한 듯 피는 동백처럼
우리의 꿈도 그렇게 끊임없이 일어서며
14년을 넘어 아주 오래도록 그리고 뜨거운 불꽃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코로나19에도 우리업계에 이런 잡지하나는 있어야 된다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광고협찬을 아끼지 않으신 많은 CEO분들게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