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에서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았던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변화가 생겼다. 에코 세대에겐 기회가 될 수 있는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할지 살펴본다.
베이비부머의 근황
집, 이것만 해결하면 인생의 모든 목표가 해결되는 때가 있었다. 구입만 하면 집값은 무조건 올랐다. 지금 베이비부머로 일컬어지는 세대에게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불과 20~30년 만에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때 20%씩도 주던 이자가 어느덧 2%도 채 되지 않게 됐고, 작년 기준으로 가계대출이 이미 1300조원를 넘어섰다. 그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인데 그 증가 속도가 매월 사상 최대치를 넘어서고 있다는 뉴스가 매일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전체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 대부분은 억대의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고 이자만 내면서 유지하다가 집값이 오르면 팔아서 또 다른 집을 대출을 끼고 구입하는 방식으로 온 경제활동 시기를 보내왔다. 이 방식의 절대적인 전제는 ‘집값이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쓸 돈조차 없는 불황의 시기에 더 이상 수입이 없어지기 시작한 베이비부머가 미처 해결하지 못한 대출은 노후는커녕 현재를 살아내려는 마지막 희망조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신도시의 집값도 3.3㎡당 1000만원 선이 무너진 곳이 수두룩해졌고 더 이상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도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가계대출 1300조원이 집 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전세보증금이 반영되지 않은 통계라는 것을 감안하면 2000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변화의 기회를 잡은 에코세대
앞의 베이비부머의 상황을 다시 떠올려보자. 그들은 이제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100만원 가까이 내는 이자만도 버거웠는데 이제는 그 몇 배가 되는 돈을 매월 마련해야 한다. 뾰족한 수는 없고 은행의 독촉은 두렵다. 그렇다고 이제 겨우 사회에서 자리 잡으려고 발버둥치는 장성한 자녀에게 상환을 부탁할 수도 없다. 이 와중에 회사는 퇴직을 해서 퇴직금을 받았지만 중간 정산도 몇 번 했고, 그나마 들고 나온 돈도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려 시작한 장사에서 모두 잃고 말았다. 그렇게 돈을 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매월 몇 백만 원에 해당하는 원리금을 상환하기 시작하면 그나마 아꼈던 돈 조차도 금방 사라지게 마련이다.
설상가상으로 금리인상의 가능성에 대한 뉴스는 매일 같이 나와서 잠도 못 이루는 상태에 생활비조차 이제 겨우 몇 달 치 정도만 남았다. 더 이상 대출을 받을 곳도, 상환할 수 있는 방법도 없어지게 되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평생에 걸쳐 마련한 내 집을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부동산시장은 대세하락으로 접어들었고, 급매로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경매로 집이 넘어가 버린다.
2016년 전국부동산 경매시장의 통계를 보면 약 77%의 낙찰가율을 보이고 있다. 시가도 아니고 감정가의 80%도 안되는 선에서 낙찰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은 수요와 공급의 조율이 꼭 필요하고 그 영향을 많이 받는 시장이다. 그런데 이렇게 위의 시나리오로 경매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주택들의 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하면 불과 10년도 되지 않는 미래에 엄청나게 많은 물량이 경매시장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금 77%인 낙찰가율도 점점 떨어질 것이고, 지역과 주택의 상황에 따라 2017년 현재의 감정가에 대비해서 절반 이하의 가격에 낙찰되는 물건도 여기저기 나오게 될 가능성도 농후할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피눈물로 쏟아져 나오는 집이 그 당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에코 세대들에게는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베이비부머 혹은 집에 대출이 많은 사람이라면 절대적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프로세스로 모든 가계의 경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저축이나 투자보다도, 맛있는 외식 한 번보다도 더 시급한 건 조금이라도 빚을 줄이는 것이다. 정 안되면 선제적으로 파산이나 회생의 방법이라도 택해서 대출을 최대한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
이와 반대로 집을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대출이 없는 가계라면, 안정적으로 최대한 많은 현금을 보유하는 방향을 택해야 한다. 당분간은 투자보다는 상황을 살펴야 한다. 내 돈이 있어야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나를 유혹하는 달달한 소리들이 귓가에 더 크게 들린다. 하지만 귀를 막고 조금만 기다린다면, 그 시기는 분명 올 것이고 그 달달했던 상상들은 현실이 될 것이다.

강경완 W에셋 지점장은 국민대학교 마케팅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언론사와 각종 강의를 통해서 솔직하고 정확한 금융의 이면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뜬구름 잡는 기존의 재무설계에서 벗어나 삶을 가장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실질적인 재정설계 상담을 하고 있으며 이패스코리아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www.facebook.com/hellohog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