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바
  • 관리자
  • 승인 2013.11.14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을 담은 황금빛 유혹, 배

우리나라 옛 속담에는 ‘가을 배와 고등어는 며느리에게도 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가을에 제철을 맞이하는 배가 그만큼 맛있다는 뜻이다. 9월에서 11월 사이에 제철을 맞이하는 배는 다른 과일에 비해 코 끝으로 느껴지는 향기가 강하지 않다. 하지만, 마치 가을을 상징하는 듯한 황금빛 탐스러운 자태와 한 입 베어물었을 때 아삭아삭한 식감, 입 안 가득 고이는 풍부한 과즙으로 가을을 대표하는 인기 과일이다.  글 엄보람 기자  사진 박세웅 팀장, 윤동훈 기자

아시아에서 수천 년 동안
사랑받아 온 과일


배는 서양배, 중국배, 남방형 동양배(일본배) 등으로 나뉘며 생김새와 맛이 다 다르다. 서양배는 미국, 유럽, 칠레, 호주 등지에서 재배하고, 중국배는 중국, 남방형 동양배는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재배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배 산지는 나주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삼한시대부터 배나무를 재배한 기록이 있으며, 한말에는 황실배·청실배 등의 품종을 널리 재배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장십랑과 만삼길을 재배했고 새로운 품종인 신고 등이 보급됐다.
배는 성분의 약 9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식이섬유와 과당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다. 따라서 피로 완화에 효과가 있고, 변비에 효과적이다. 또 배가 기관지 질환에 특효라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 한의학에서는 배가 만성 기침과 가래 해소에 효과적이며, 몸의 열을 내리는 데 도움된다고 한다. 이 외에도 ‘가을 배’의 활용법과 효능은 무궁무진하다.

궁중의 음료, 배숙
배숙은 배로 만든 화채로, 이숙(梨熟)이라고도 한다. 배에 후추를 박아 꿀물이나 설탕물에 끓여 식힌 음료로, 보통의 요리법은 다음과 같다. 배를 네 쪽 혹은 여섯 쪽으로 쪼개어 껍질을 벗긴 다음 속을 도려낸다. 이어 가장자리를 예쁘게 다듬은 뒤 배 등 쪽에 통후추 3알씩을 빠지지 않도록 깊게 박는다. 생강을 끓여낸 물에 설탕과 준비한 배를 넣고 배가 익을 때까지 서서히 끓인 다음 화채그릇에 담아 유자즙을 넣고 잣을 띄운다.
배숙은 매우 귀한 음료로서, 조선시대에는 궁중에서만 만들던 음료며 민간에는 전해지지 않았다.  수정과와 함께 한국 음청류(飮淸類)의 대표로 배수정과라고도 할 수 있는데, 요즈음에는 한정식에서 후식으로 흔히 쓰이기도 한다.

기관지 질환과 변비에 효과적인 배
배는 기관지 질환에 효과가 있어 감기·해소·천식 등에 좋다. 가래와 기침을 없애고 목이 쉬었을 때나 배가 차고 아플 때 증상을 완화해 주며 종기를 치료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그밖에 해독작용이 있어 숙취를 없애준다. 또한 변비에 잘 듣는 자연성 소르비톨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좋다. 변비 증상이 있는 사람은 잠자기 전 배를 1/2 정도 먹는 것이 변비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배에 많이 함유된 과당은 피로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다만, 배는 성질이 차가워 많이 섭취하면 속이 쓰리거나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배는 보통 날로 먹거나 주스·통조림·잼·배숙 등을 만들어 먹는다. 특히 배잼은 여러 음식과 잘 어울려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쓴다. 연육효소가 들어 있어 고기를 연하게 할 때 갈아서 넣기도 한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한국에서는 육회에 얇게 채를 썬 배를 달걀과 곁들이고, 중국에서는 벌꿀과 묏대추를 채워 쪄낸 뒤 디저트로 내며, 일본에서는 차갑게 해 소금을 살짝 뿌려 먹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