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하고, 중개하고, 공유하라!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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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하고, 중개하고, 공유하라! Ⅲ
  • 창업&프랜차이즈
  • 승인 2016.05.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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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일본에 이어 한국이 겪는 저성장의 고통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전세계의 일본화(Japanization)는 여러 가지 원인 때문이겠지만 가장 주목할 부분은 기술발달의 둔화다. 타일러 코웬(Tyler Cowen)은 「거대한 침체」(The Great Stagnation)에서 인류의 혁신은 1873년을 정점으로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21세기 들어서 인터넷과 휴대통신의 발달로 전혀 다른 세계의 문을 열었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은 것이다.

세계가 일본된다
일본경제, 특히 지역경제는 참담할 정도로 무너지고 있다. 2040년이면 지자체 49.8%가 자연소멸 위기에 놓일 전망이다. 지금 출산율 추세가 이어지면 향후 30년간 인구 4200만명이 증발한다. 인구감소로 빈집이 늘어나고 지자체는 부도 선언을 한다. 일본에서 주택 820만채가 빈집이고 모두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 농지의 10%가 경작되지 않고 사유림 25%가 주인이 누군지 모른다.
<그림1>은 기술발전이 사실은 정체되고 있다는 주장을 보여준다. 코웬은 정보화시대의 인터넷과 휴대통신이 정말로 산업시대의 자동차, 전기 등의 출현보다 우리의 삶을 바꿨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주문한다. 이밖에 양극화, 환경규제, 과잉생산, 부채증가로 높은 경제성장은 어렵다고 설명한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상행위에서 아주 무서운 일이다. 어떤 마을에서 피자를 독점적으로 판매한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마을 인구가 올해 10명인데 내년에 100명이 된다면 큰 어려움 없이 매출을 늘릴 수 있다. 반대로, 올해 10명인 인구가 내년에 5명으로 쪼그라든다면 피자 판매상은 어려움을 피할 길이 없다. 이렇게 
‘인구 보너스’가 주어지는 나라는 경제성장률에서 상당 부분 이득을 보게 된다. 특히 젊은 층이 생산성도 높고 소비성향도 강하므로 인구가 늘어나는 나라는 경제에 활력을 갖는다. <그림2>는 젊은 인구의 감소가 ‘소비증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미 일본화 현상이 시작된 한국에서 기존과 같은 방법으로 경쟁해서는 생존 자체가 어렵게 됐다. 얼마 전 시민단체 ‘학벌 없는 사회’는 자진해체를 결정하며 “못말리는 자본사회에 학벌마저 통하지 않는다. 학벌해체가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학벌이 이제 새로운 기득권을 만들지 못하고, 기득권이 학벌을 재생산하는 시대상이 반영된 씁쓸한 소식이다.

행복의 방정식을 다시 설계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경영의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가는 CEO들이 혜성처럼 간간히 등장하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가지문제연구소 김정운 소장은 “창조경제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창조는 곧 편집”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편집의 대가로 스티브 잡스를 소개한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의 구호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이다. 잡스는 애플을 진두지휘하며 1998년 아이맥을 발표했고, 2001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 2010년에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혁신을 선도했다. 살펴보면 잡스는 기존의 발명품을 이리저리 깎아내고 조합했을 뿐이고 그가 정말로 발명한 것은 없다.
스티브 잡스의 성공은 발명이 아닌 편집을 통한 창조경제가 중요해졌음을 시사한다. GE는 위대한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이 성장시킨 기업이다. GE의 구호는 ‘상상을 현실로(Imagination at work)’이다. 편집을 주문하는 애플과 달리 ‘발명’을 통한 창조를 강조했던 에디슨의 유전자가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GE는 전축, 영사기, 장거리 전화, 전구, 냉장고를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었지만 현재는 이 모든 품목에서 1등 자리를 내줬다. 현재 GE는 제조업보다는 복합금융 분야에서 더 많은 이윤을 창조하고 있다.


중개하면 살고 직접 하면 죽는다
한편, 중개도 정보기술사회에서 편집만큼 커다란 위력을 발휘한다. 「매개하라」의 저자인 연세대 임춘성 교수는 “프랜차이즈는 중개산업”이라고 정의한다. 중개(Arbitrage)는 동일상품이 다른 공간에서 가격(희소성)이 다를 때 차익거래를 하는 무역학 용어에서 나왔다. 현대에는 금융업에서 중개를 통한 차익거래가 유용하게 사용되는데, 전세계 상품거래액보다 자본거래액이 적어도 100배는 넘는다.
종합예술이라는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에서도 중개는 필수적인 성공요소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온갖 일을 다 해야 한다. 광고홍보, 물류, 판매, 인사, 재무 등 기업이 하는 대부분의 일을 다 한다. 임 교수는 이렇게 많은 일을 한정된 인원으로 구성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다 직접 할 수 없다고 언급한다. 요즘 같은 초연결 시대에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마케팅을 직접 하다보면 경쟁자보다 다 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승용차가 기존에 없었다가 탄생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꼭 차를 사야 하겠는가. 아니다. 차를 빌리면 된다. 예를 들어, 버스가 있다면 버스 티켓만 사면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자꾸만 버스를 타기 위해서 버스를 직접 구매하고 운전하려고만 한다”며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초연결 시대의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의 차이를 크게 벌린다. 가진 자가 더 가지는 무한세계, 초연결 시대를 이미 지배하고 있는 것 같은 몬스터 기업들 사이에서 판을 바꾸려면 중개를 잘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세실업과 듀오는 중개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세실업의 여의도 사옥에 가면 로비에 한세실업이 집행했던 광고가 걸려있다. ‘미국인 10명 중의 1명이 한세의 옷을 입습니다’로 시작한 지면광고는 나중에 ‘미국인 2명 중의 1명’까지 바뀌었다. 그곳에는 그간 집행했던 광고가 나란히 걸려있어 회사가 성장한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세실업의 CEO 김동녕 회장은 섬유산업이 사양길을 걸을 때 중개를 통해 돌파구를 연 선구자다. 한세실업의 제품은 생산은 동남아에서 하고 판매는 북미지역에서 이뤄지는데 이 물량이 한국을 거치지 않는다. 한국에서 총괄하지만 중개를 할 뿐이고 생산도 판매도 한국에서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중개라는 개념을 일찍부터 도입한 한세실업은 사옥도 아직까지 사지 않고 빌려서 쓴다. 한세실업의 계열사 중에는 인터넷 서점 ‘예스24’도 있는데 한세실업이 의류회사가 아니라 중개회사임을 잘 말해준다.
듀오의 경우는 아예 회사 수식어를 ‘결혼중개회사’로 정해놓고 중개가 주업임을 알리고 있다. 듀오의 성공사례는 책임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운 중개의 이점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업 초기에 많은 회원 수를 강조했던 듀오는 요즘 들어서 경쟁자가 추격하자 성혼 수로 차별화하고 있다. 결혼중개회사가 성공하려면 회원 수만 많으면 됐지만 이제는 결혼을 얼마나 잘 시키는가도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결혼중개회사는 여전히 지인을 통한 소개팅보다는 속 편하다. 나중에 헤어졌다고 해서 욕먹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이 나서서 지인들을 맺어준 경우는 혹시 잘못되면 원망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결혼중개회사를 통해 맺어진 커플이 나중에 헤어졌다고 해서 중개업체를 탓하지는 않는다.


편집한 내용을 중개하고 공유하라
이처럼 오늘날 편집과 중개는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있으니 바로 ‘공유경제’다.
공유경제는 협력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를 통해 형성되는데, 협력소비란 남은 것을 남과 함께 나누자는 움직임이다. 물건을 소유하는 일에 집착하지 말고 활용하는 일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개념이다.
협력소비 주창자들은 산업화가 과시를 위한 소비를 부추긴다고 봤다. 사실 우리는 DVD를 원하는 게 아니라 영화를 원한다. 그렇지만 명화를 담은 DVD를 소유하면 뭔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에 남에게 선뜻 주기를 꺼렸다.
과시적 소비에 대한 생각은 2008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급변했다. 또, 인터넷 보급과 모바일 혁명은 필요한 사람을 찾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평생 몇 번 쓰지도 않을 전기드릴을 계속 집에 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협력소비는 필요하지 않은 처지에 놓인 제품을 필요한 것으로 만든다. 이제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쉽게 차를 빌릴 수 있다. 자동차 공유경제 서비스 ‘쏘카’에서 아반떼 자동차를 빌려 단거리를 운전하면 렌트카보다 저렴하다. 공유경제가 활발한 몇몇 선진국에서는 차를 세워두는 시간이 많아 빌려줬던 주인이 이제는 차를 팔아버리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가상공간의 네트워크가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것만큼 신뢰를 확보할 수 없는 탓이다. 협력소비 공급자들은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평판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차를 빌려주기 꺼려질 때 사후평가를 잘 받은 아이디를 선택하면 걱정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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