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빚어내는 집단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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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빚어내는 집단지성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5.08.2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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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치푸드 여영주 대표
▲ (주)리치푸드 여영주 대표 ⓒ사진 황윤선 기자, 주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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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시대는 가고 소통의 시대가 왔다.”
빠르게 달라지는 경영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려면 소통을 통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위기가 닥치면 현장에서 답을 찾아라.”
자리에 앉아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현장에 다가가서 관찰하면 더 좋은 답이 나온다며.
“사람은 믿되, 확인을 하자.”
지시는 명확하고 간결하게 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소통해야 잘 실행될 수 있다며.

 

(주)리치푸드는 확장보다 소통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피쉬앤그릴>이 300개, <짚동가리쌩주>가 100개, <치르치르>가 100개 안팎으로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해외 점포가 15개 정도 있다. 골목상권까지 무리하게 출점하기보다는 가맹점주의 수익을 높이면 가맹본부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주)리치푸드 여영주 대표는 “기업 경영은 오케스트라와 같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때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으면 개별 단원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소용없다.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에서 소통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융합과 통섭의 시대
(주)리치푸드는 얼마 전부터 두 가지 브랜드를 융복합한 멀티 콘셉트의 점포를 기획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피쉬앤그릴>, <짚동가리쌩주> 등 기존 브랜드에 배달 중심의 <치르치르 익스프레스>를 ‘숍인숍’ 형태로 구성했다. 그 결과 <피쉬앤그릴>만 했던 익산 영등점의 월 평균 매출이 30% 늘어났고 <짚동가리쌩주> 점포였던 전주 서신점의 월 매출이 20% 증가하는 효과를 누렸다.
‘숍인숍’은 기존 운영 점포에서 또 다른 콘셉트의 상품을 판매하는 신개념 창업 아이템이다. (주)리치푸드의 숍인숍 전략은 달라진 소비자 생활습관을 철저하게 분석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외식업의 중심축이 가족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가정에서 배달 음식을 구매하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했다. 
또 직업을 가진 기혼여성과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식사 대용식 배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공략했다.
(주)리치푸드 여영주 대표는 “주점 브랜드 하나로 구성한 기존 매장은 내점 고객 위주라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일요일에 매출이 가장 낮다. 반대로 배달 위주인 <치르치르 익스프레스>는 주말 매출이 높다”며 “시간적인 측면에서 보면, 주점 매장이 가장 바쁜 시간은 저녁식사 이후다. 그런데 <치르치르>는 점심때도 매출이 발생하고 오후 이른 시간부터 자정 이후 늦게까지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주)리치푸드의 융복합 멀티 콘셉트의 매장은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가맹점주의 시각에서 보면 합리적인 추가 투자로 큰 매출 향상을 얻을 수 있으므로 융복합 매장 전략을 반기게 된다. 기존에 운영하던 매장을 그대로 두고, 최소 비용만 더해지므로 투자대비 효율이 좋다. 신규 가맹 예비 창업자에게도 좋은 모델로 화제가 되고 있다.
통섭과 융합의 시대정신을 실천하는 (주)리치푸드의 이러한 노력은 가맹점주와의 소통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여 대표의 믿음에서 나온다. <힐튼호텔>, <TGIF>, <마르쉐> 등 글로벌 기업에서 사원으로 시작해 CEO까지 담당했던 경험이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잘 파악한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전염병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파동으로 가맹점의 매출이 떨어지자 전국을 한 바퀴 돌면서 ‘서비스 100% 실천 캠페인’으로 점주들을 만나며 소통에 힘썼다.
여 대표는 “평소에도 가맹점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온 힘을 다한다. 내 몸이 하나라 짧은 시간에 여러 가맹점을 가볼 수는 없지만 전화로 점주들과 항상 소통하려고 한다. 일이 바쁘면 소홀해질까봐 일주일에 세 번 가맹점주와 통화하는 시간을 따로 정해 놨다”며 “가맹점주들은 분기별로 슈퍼바이저와 함께 하는 지역 모임을 갖고 1년에 두 번 전체 가맹점주가 모이는 컨퍼런스를 한다. 이날이 되면 전국에 있는 가맹점주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함께 경기 평택시에 있는 R&D교육장에 온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가맹점주가 가장 잘 안다. 이번에 멀티 콘셉트 매장을 기획할 때도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예를 들면, 배달메뉴는 가족 중심이고 어린이들도 먹으니까 매운 맛을 줄이고 달콤한 맛을 더 넣었다. 그리고 돈가스 모양의 치르 크래커 치킨이나 둥지 스노우 치킨 같은 신메뉴도 다 현장과 소통한 결과물”이라며 “소통은 가맹점주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한 가맹점주가 컨퍼런스에 참석하러 평택에 와보니 시야가 넓어졌다고 좋아하더라. 이분은 국내 최대 광고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해 시류에 밝았다. 그런데도 우리 가맹점을 정신없이 하다보니까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리치푸드는 인터넷 홈페이지 안에 ‘지식몰’을 열어 실시간으로 가맹점주들과 소통한다. 본사에서 표준화된 메뉴 레시피를 올리면 가맹점주들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내놓는다. 기존 메뉴의 개선이나 운영에 대한 제안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소통을 통한 집단지성이 발휘되도록 배려한다”고 설명했다.

소음이 아닌 신호를 줘라
이처럼 (주)리치푸드는 소통을 통해 가맹점주들에게 꿈꿀 권리를 제공하고 비전을 심어주고 있다. 여 대표부터가 각종 서적과 언론을 탐독하며 여러 선진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기업 경영에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슈퍼바이저 인력이 가맹본부와 가맹점을 이어주는 소통의 연결고리라고 여기고 체계적인 관련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여 대표는 “프랜차이즈 본부 일정상 덜 바쁜 여름과 겨울에 집중 교육프로그램으로 슈퍼바이저의 역량을 키운다.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열심히 하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격식 없이 직접 만나 함께 밥을 먹으며 간담회를 갖는다. 간담회에서는 직원들의 의견과 가맹점주들의 고충을 주로 듣는다. 직원의 주거가 불안하면 주택자금을 지원하고, 현장에 문제점이 있으면 회사 인트라넷으로 담당자에게 즉시 전달하고 조치하는 등 위기관리 매뉴얼을 상시 가동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소통이 되려면 CEO부터 귀를 열어야 한다. 그래서 역량의 1%만 지시하는데 쓰고 나머지 99%는 소통하고 확인하고 실행하는데 투입한다”며 “전문가들은 CEO의 뜻이 완전히 실행되기까지 10번 넘게 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모든 지시를 이렇게 할 수 없고 만약 하려다가는 잔소리밖에 안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을 구분하고 선택한 일에 집중하려 한다. 소음이 아닌 신호를 줘야 소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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