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품격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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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품격을 만나다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5.08.05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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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에스앤큐플러스 오종환 대표
▲ (주)에스앤큐플러스 오종환 대표ⓒ사진 황윤선 기자

Break Time   품격이 빚어낸 오종환 대표의 말말말

“회사 어린이집의 어린이들이 달려와 품에 안기는 CEO가 되고 싶다.”
CEO와 기업의 품격은 평소 삶의 태도가 어떤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온다며.
“<토프레소> 점포개설팀은 가맹계약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창업하는 가맹점주들을 위해 신중하게 입지를 정하므로 성급한 가맹점 확장을 하지 않는다며.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가맹사업 초기에 폐점하는 가맹점주가 가맹본부는 할 만큼 했다고 위로하며 이민을 가버렸다며.

<토프레소>를 운영하는 (주)에스앤큐플러스 오종환 대표는 성실한 사람이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데도 인터뷰 사전 답변을 보내왔고, 인터뷰 며칠 후에는 사후 답변이 또 왔다. 오 대표는 솔직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멋진 말을 할 줄 몰랐다. 질문을 하면 꾸밈없이 담백하게 답했다. <토프레소>의 품격경영이 무엇인지, 며칠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그의 말을 소개한다.

멜버른의 품격을 담아
오종환 대표는 첫 직장이 IT기업 (주)한글과 컴퓨터였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독특한 이력이다. 그가 회사를 다녔던 1990년대 후반은 경제위기와 더불어 외국산 문서작성 프로그램의 공세가 심할 때였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학가에 버스를 세워놓고 MS워드가 포함된 MS오피스 프로그램을 무료로 뿌렸다. 

오 대표는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아보기로 하고 어학연수를 준비했다. 그는 “IT업계에서 장기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영어를 공부하고자 했다. 영어 쓰는 나라로 미국이 먼저 떠올랐다. 당시는 미국에 가려면 비자가 있어야 했다. 관광비자가 있었지만 학생비자로 바꾸기가 번거롭고 비용 등도 고려해 호주를 선택했다.

우연히 선택한 호주는 오 대표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멜버른에서 <토프레소> 창업의 시금석이 된 커피를 만난 것이다. 오 대표는 “솔직히 첫 맛이 씁쓸하고 맛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심한 상황에서 지인에게 얻어먹은 커피라 그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어색한 첫 만남이었지만 멜버른의 커피는 점차 오 대표에게 생활의 일부가 되어갔다. 그는 “멜버른을 선택한 이유는 당시만 해도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였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대학 랭귀지 코스와 직업학교도 1학기 다녔다”며 “단순한 이유로 골랐던 멜버른은 품격을 갖춘 도시였다. 멜버른의 품격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다투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또 “멜버른 커피의 품격은 멜버른에 있기에 나온다고 생각한다. 먹거리의 맛은 재료와 요리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유럽의 역사적 전통, 그것을 체득한 중년의 바리스타가 보여주는 손놀림, 고객과 나누는 활기같은 요소들이 어우러지면서 맛의 품격을 이루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프랜차이즈같지 않은 프랜차이즈
한국에 돌아온 오 대표는 일단 직장생활을 하면서 커피점을 창업했다. 아내가 전업으로 일하고 오 대표는 짬을 내어 일을 도왔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호주에는 아름다운 자연환경만큼 아름다운 개인 커피점이 많습니다. 고급 커피점도 있지만 대중적인 커피점도 조화를 이룹니다. 개별 커피점의 공력이 뛰어나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많지 않지요.” 충남 아산시 순천향대 상권에 들어선 첫 가게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커피 맛은 물론이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의 품격에 주목한 관점이 빛을 봤다. 어떤 사람이 마시는지,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과 마시는지, 어떤 기분을 갖고 어떤 분위기에서 마시는지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진다는 그만의 철학을 담았다. <토프레소>는 조용한 반향을 일으켰다. 순천향대 상권에서 그때까지 없었던 커피점이었다. 오 대표는 학생 신분이라 끼니를 잘 챙겨먹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언제나 <토프레소>의 메뉴를 마음껏 먹도록 했다. 심지어는 밥까지 해서 먹였다. 그랬더니 직원들이 근무시간 외에도 친구들을 데려와 놀다 갔다.

창업 단계에서는 지인들이 큰 힘을 보탰다. 정보기술 기업에서 일한 덕분에 관리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부문에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았다. 오 대표는 “회사 인원이 4명일 때부터 그룹웨어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우리밖에 없을 거다. 나중에 가맹점이 늘어났을 때 빠른 의사소통과 원가절감에 큰 도움이 됐다”며 “홈페이지도 돈을 적게 줬는데 아주 멋지게 만들어줬다. 그래서 나중에 그분이 카페 창업할 때 열심히 도왔다. <토프레소>가 아니어도 된다고 했고, 지금 개인 카페를 잘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래 계획이 없었던 <토프레소>의 가맹사업은 뜻하지 않게 시작됐다. 순천향대에서 가까운 선문대에서 가맹점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첫 가맹점이 생겼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품격 있는 공간을 잘 창출했기에 나온 당연한 결과였다. 공간에 공감을 더하면 품격이 된다는 뜻으로 ‘Every Day with ToPresso’라는 슬로건은 만들었고, 이를 창업 초기부터 오랜 기간 사용했었다.

▲ (주)에스앤큐플러스 오종환 대표ⓒ사진 황윤선 기자

<토프레소>는 모두의 미래
2005년 5월 가맹사업을 시작하고 현재까지 230여  개 점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토프레소>는 이제 업계에서 꾸준한 강자로 자리 잡았다. 자체 조사에서 가맹점의 87%가 <토프레소> 창업을 지인에게 권하겠다는 답이 나왔을 정도로 점주들의 만족도가 높다.

오 대표는 “<토프레소>를 경영하면서 사업이 승승장구하기보다는 직원과 가맹점주들이 회사를 좋아하기를 바랐다. 지인에게 <토프레소> 창업을 권하겠다는 말은, 돈을 아무리 잘 벌어도 가맹본부가 미우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토프레소> 출점을 아주 신중하게 한다. 직원들에게 자신의 돈으로 창업한다면 여기에 점포를 내겠는가를 물어봐가며 면밀히 검토했다. 점포개설이 아닌 가맹점이 잘 되어야 본사가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만들고자 전력을 다한다. 현재 <토프레소>는 가맹점 유치 담당 직원이 2명뿐이다. 가맹계약 체결에 따른 인센티브도 없다. 대신에 슈퍼바이저가 전체 인원의 40% 가까이 된다.

오 대표는 “합리적인 이기심이 모두를 발전시키도록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로는 남을 위한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이타적 경영이란 말은 자칫 악용되면 희생을 강요하는 꼴이 되어버린다”며 “제각각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환경을 보장하면 구성원의 성장, 가맹점의 성장, 기업의 성장, 나아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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