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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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NOT?
  • 곽은영 기자
  • 승인 2024.09.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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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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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모든 맛을 판매합니다  
커피와 죽을 함께 배달하는 카페. 팥빙수와 떡볶이를 같이 주문할 수 있는 카페. <PLUS 82>는 세상에 필요한 모든 맛을 판매하는 카페다. 커피와 음료뿐만 아니라 밥과 디저트까지 모든 메뉴가 모여 있는 이 발칙하고 똑똑한 배달 카페를 만든 건 유종현 대표다. 젊고 패기 넘치는 그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것이 가장 잘못됐다고 말한다. “Why not? 왜 안 돼요? 하고 싶은 건 해보는 거죠.” 스튜디오에 앉은 그가 눈을 반짝였다.

PLUS 82  유종현 대표이사ⓒ 사진 김효진 기자
PLUS 82 유종현 대표이사ⓒ 사진 김효진 기자

 

장사는 레드오션에서 해야 한다는 자신감
“제가 카페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다들 카페 시장은 과포화 상태라 망한다고들 했어요. 그런데 저는 장사는 블루오션이 아니라 레드오션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곳보다 조금만 더 경쟁력만 갖춘다면 오히려 성공이 보장된 시장이거든요.

배달로 커피를 시켜 먹는 고객의 수는 엄청나게 많진 않아도 탄탄한 충성심 있는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어요. 이들은 저렴한 커피가 아닌 입맛에 맞는 커피를 선택해요. 양질의 재료를 쓴 고급화 전략이 통하는 소비층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유 대표는 ‘NOT WHAT, BUT HOW’ 전략을 펼쳤다. 무엇을 판매하느냐보다 어떻게 판매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낮은 단가로 박리다매하는 저가 커피 가게와 달리 배달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커피의 고급화라는 차별화를 뒀다. 좋은 재료와 패키지에 신경 쓰고 퀄리티에 집중해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를 잡았다. 

유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배달 커피를 마시는 고객층은 대부분 2030 여성이다. 그들은 단순히 낮은 가격보다는 고급스럽고 퀄리티가 좋은 것에 제대로 된 값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고객들이다. 상호명 <PLUS 82>에는 좋은 것을 더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82’는 우리나라 국가번호이기도 하다. 국가를 대표하는 기억에 남는 카페가 되자는 의미까지 담았다.


6개월간의 철저한 브랜딩 시간
유 대표는 군대를 제대하고 피자 배달, 고깃집 서빙, PC방 아르바이트, 새벽 우유 배달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업 밑천을 모았다. 이후 마카롱 가게 문을 열었고 초반에는 잘 되던 장사가 코로나19 여파로 잘되지 않아 돌파구를 찾다가 카페로 전환했다.

카페 전환 후 4평 가게에서 월 매출 8,000만 원이 나왔고 이것을 계기로 프랜차이즈 카페를 목표로 6개월간 브랜딩을 준비했다. 보통 개인 가게를 하다가 가족과 지인에게 지점을 내어주고 직영점을 늘리다가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과 달리 처음부터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했기에 시선도 장기적이었다. 

“수원에 <PLUS 82> 본점을 오픈했을 때부터 매출이 잘 나왔고 그때부터 가맹 문의도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가맹점을 바로 내주진 않았어요. 준비가 제대로 되었을 때 시작해야지 멀리 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운영관리를 완벽하게 해놓고 시행착오도 겪은 이후 2022년 초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도약을 위해 힘을 모으면서 잔뜩 움츠렸다가 스프링처럼 한순간 팍 튀어 오른 것이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한 덕분에 출점한 지 약 반년 만에 10호점, 10개월 만에 20호점, 1년 만에 30호점을 돌파했다. 그리고 오픈 1년 6개월이 지난 지난해 8월 100호점을 돌파했다. 올해 9월 기준 직영점 3곳과 가맹점 167호점을 운영 중이다. 

<PLUS 82>는 2023 올해의 우수브랜드 대상 1위, 2024 KBEI 한국브랜드 소비자평가 대상, 벤처확인기업에 선정되었다. 2022년 1월 브랜드가 본격 출점한 것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빠른 성장과 시장에서의 인정이었다. 여기에는 <PLUS 82>의 브랜드 슬로건인 ‘Why not?’ 정신이 큰 역할을 했다. 

“왜 안돼? 일단 해봐야죠.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제 인생을 책임져주진 않아요. 저는 시도도 안 해보는 게 제일 비참하다고 생각해요. 시도했다면 최선을 다해 될 때까지 하고 안 되면 그때 가서 포기하는 것이 후회도 없고 값진 경험이 아닐까 해요.”

 

140여 가지의 배달 카페 메뉴
<PLUS 82>는 처음 수원에 출점하자마자 수원지역 배달의민족 카페 디저트 맛집랭킹 1위를 기록했다. 바로 다음 달에는 서울지역에서도 배달의민족 카페 디저트 맛집랭킹 1위에 선정됐다. 운영하는 지점마다 배달앱 1위에 오르는 건 마케팅과 맛에서 두루 강점을 갖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PLUS 82>는 특별한 메뉴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 커피, 라떼, 주스류는 물론 와플, 토스트, 탕종 베이글과 같은 일반 디저트 메뉴와 떡볶이, 볶음밥, 죽, 튀김, 반려동물 전용 간식까지 있는 것. 치킨팝콘, 김말이튀김, 옛날떡꼬치, 삼선짬뽕죽 등 기존 카페에서는 보기 힘든 메뉴가 많다. 뻔하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메뉴이지만 카페가 가지고 있긴 힘든 140여 가지의 메뉴를 한 번에 묶어서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처음에는 가볍게 끼니를 때울 사람들을 위해서 볶음밥류만 판매했어요. 그런데 장사를 해보니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메뉴들이 있었어요. 이를테면 밤 10시 이후에는 의외로 빙수가 잘 나갔는데 그 이유가 업계 1위 빙수 기업이 그 시간에는 배달을 하지 않아 독점시장이 형성됐던 거예요. 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밤에 아프거나 등의 이유로 죽을 찾는 소비자들이 계실텐데 죽을 배달해주는 곳이 없었거든요. 수익을 내거나 남들을 따라 하는 메뉴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메뉴의 답이 나왔어요. 그렇게 신제품을 더해나갔습니다.”

 

메뉴 자율성 보장
<PLUS 82>의 메뉴는 누가 만들어도 5분 안에 완성할 수 있고 언제나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크로플, 와플, 팥빙수 등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하진 않지만 누구나 아는 맛, 그 무서운 맛을 지닌 메뉴들이다.

140여 개가 넘는 메뉴들은 개수로만 보면 많아 보이지만 손이 많이 가지 않는 데다가 불 앞에서 제조하지 않게 자동화했고 바쁘지 않은 시간에 미리 만들어두는 시스템을 구축해 뒀기에 1인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는 두 가지 철칙을 지킵니다. 아무리 맛있고 손이 덜 가더라도 재료비와 포장비가 40% 이상을 차지하면 출시하지 않는다는 것, 아무리 맛있고 재료비가 싸더라도 손이 많이 가면 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초보 아르바이트생이 와도 2시간이면 숙지할 수 있도록 간단히 만들고 분기마다 부진한 메뉴는 덜고 신제품을 채워 넣습니다.”

또 하나 특별한 지점은 140개가 넘는 메뉴를 모든 매장에서 철저하게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메뉴에 대한 자율성이 있어 매장별 메뉴가 다 다르다. 가맹점끼리는 레시피와 마진 공유가 가능하게 열려 있는 구조라 매장별 경쟁력은 높아지고 점주 능력만큼 수익도 올라간다. 

“틀을 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소비자들은 매장 별로 무엇을 판매하는지 잘 알지 못해요. 각 매장 점주가 판매하고 싶은 것도 팔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경쟁력이고 개인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눈에 안 보이는 일은 안 한다
유 대표는 <PLUS 82> 내에 영업사원이나 영업팀, 점포개발팀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그가 직접 가맹점의 시작부터 끝까지 발로 뛰기 때문이다. 가맹 상담 전화부터 예비 점주님과의 소통, 본사 방문 상담, 상권을 분석해 최적화된 입지를 선정해 점포계약까지 함께 한다.

이후 매장 실측과 최소한의 인테리어 진행까지 돕는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 본사 아이템에 대한 이해도는 바로 브랜드를 만든 대표인 자신이 가장 높다고 생각해서다. 

“저는 제 눈에 안 보이는 일은 안 합니다. 철칙이에요. 167개 가맹점 미팅과 계약, 매장 동선 도면도까지 하나하나 제가 다 짰습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이 다른 회사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본부가 물류와 로열티에서 마진을 가져가는 것과 달리 <PLUS 82>에서는 이를 지양한다. 

“저희도 초반에는 시장 흐름에 따라서 로열티를 3% 책정했는데 영업을 해보니 매장 평균 매출이 많이 나오는 것 대비 로열티 부담이 높은 것 같아서 이제는 부가세 포함 매달 20만 원만 받고 있어요. 본사 직원들 인건비만 하면 된다는 취지이고 이건 앞으로도 바꿀 계획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돈을 많이 버는 게 목적이었지만 막상 제 브랜드가 커지고 가맹점이 늘어갈수록 책임감이 커졌어요.”


상생은 나의 원동력
이 밖에도 상생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마련하고 있다. 주재료를 최저가격에 공급하고 지역별 1호 매장에 주는 혜택은 물론, 올해 1월부터는 자본이 부족한 예비가맹점주 창업 대출도 지원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협약해 본사 자체 심사를 통해 진행 중이다. 점주 신용대출이 아닌 본사 신용도로 대출을 진행하는 거라 100% 대출이 가능하다.

“본부와 가맹점은 윈-윈 해야 하는 관계입니다. 저는 그분들이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간절한 분들은 우리 브랜드에도 득이 됩니다. 그분들이 우리의 영업사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는 본사 직원들과 167개 가맹점에 딸린 직원, 그 가족들,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돈은 이제 유 대표의 중요도에서 더이상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않는다. 가맹점 자체를 늘리는 것도 그의 목표는 아니다. 장사가 안되는 부진점을 내지 않고 점주들과 함께 롱런하는 브랜드 만드는 것이 그의 첫 번째 목표다.

“결국 상생 자체가 제가 하는 일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가맹점들의 상권을 지키며 계속 신제품을 내고 교육과 위생에 신경 쓸 겁니다. 그렇게 200개 남짓 되는 매장을 가진 저희 플러스 82를 배달 커피계의 <교촌치킨>, <도미노피자>처럼 5년, 10년, 20년 너머로 멀리 갈 수 있게 지탱하는 브랜드로 만들 계획입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유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라며 이 말을 전했다. 그의 집념과 몰입은 그를 지금 이 자리에 데려다 놓았다. 그가 자기 안의 열정과 책임감을 디딤돌 삼아 또 어디에 도달하게 될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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