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진짜 의미는 유혹
상태바
마케팅의 진짜 의미는 유혹
  • 박홍인 사무국장
  • 승인 2023.12.01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창업 인사이트

과거 마케팅의 개념이 고객에게 ‘판다’였다면, 요즘 마케팅의 개념은 고객을 ‘유혹한다’는 의미로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고객이 요구하는 상품을 팔았다면 개념이 바뀐 지금은 마음이 상상하는 것을 서비스해야 한다. 마케팅의 진짜 의미는 유혹이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이미지 ⓒ www.iclickart.co.kr

 

기차가 도심을 지나 시골로 들어서자 멀리 초원이 펼쳐지고 그 위에 소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보였다. ‘와, 멋지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로움에 더해, 한없이 펼쳐진 목가적 장면은 우리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비슷한 풍경이 10분 이상 계속되자 이 내 지루함으로 변했다. 조금 전만 해도 아름다웠던 풍경이 10분 만에 평범함 그 이하가 되다니. 청명한 햇살 아래 잘 자란 튼튼한 소, 신선한 젖을 품은 소, 큰 소, 작은 소, 모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만약 흰 소, 누렁소, 얼룩무늬 소, 사이에 ‘보랏빛 소’가 나타난다면? ‘이제 좀 흥미가 생기려나?’

 

치열한 생존 경쟁
‘보랏빛 소가 온다’로 유명한 세스 고딘은 ‘마케팅이 지루하면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이다. 커피전문점은 정점을 찍은 지 오래라는 전문가들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커피전문점은 공간만 있으면 오픈이 이루어진다.

여기에 빵집, 패스트푸드 등 유사 업종과 편의점 커피까지 포함하면 우리의 주변은 온통 커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런 화려함 뒤에 이들의 생존율은 60%가 채 되지 않는다. 1년 내 두 곳 중 한 곳은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커피전문점의 생존 경쟁은 치열하다.  

오피스 상권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전략은 평일 점심시간의 회전율이다. 커피전문점의 경우 식사를 마친 손님의 대기시간과 테이크아웃의 적절한 타이밍 조절이 하루 매출을 좌우한다. 정동길 상권 역시 12시가 되면 정신이 나갈 만큼 바빠진다.

인근 사무실에서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을 소화하기 위해서 속도와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시작하는 덕수궁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정동사거리에 다다른다. 여기서는 정동극장 방향의 정동길과 배재학당 방향의 서소문로 길로 나누어진다.

덕수궁을 보려는 여행자들과 인근 직장인들로 어우러지는 이곳은 여름철에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프리마켓이 길의 정겨움을 돋아 걷기에 좋은 대표적인 가로수길이기도 하다. 

 

퍼포먼스의 특별함  
서소문로길 방향으로 가다 보면 중간쯤에 커피전문점 몇 개가 나란히 영업한다. 그중 한 점포의 젊은 남자 직원은 여자 손님의 나이는 개의치 않고 열심히 손님의 이름을 불러 댄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도 아니고 유니폼을 입은 인근 직장 여성의 이름을 말이다.

그런데 그 이름이 실명인 경우도 있지만 교과서에 나올 듯한 ‘영숙이나 경숙이’의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케팅을 위한 전략적 애교이며 유혹이다. ‘영숙아 맛있는 커피 나왔어~ 빠르지?’라고 말하면 이름을 불린 영숙이(?)는 자신과 동료의 커피를 받아 들며 맞장구를 쳐준다.

‘고마워, 다음에 또 봐’ 정도의 짧은 인사를 하고는 즐겁게 무대에서 퇴장한다. 짧은 점심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커피전문점 청년들의 퍼포먼스는 대략 이렇다. 9.9~13.2㎡(3~4평) 매장에 5명의 남자 직원은 끊임없이 커피를 뽑아내는 난리 통에도 역할별로 쇼를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몇 개의 점포 중에서 이 집 대기자만 유독 길다. 이들에게 카운터 테이블은 영업장이 아니라 쇼를 보여주는 무대이고 손님은 자연스럽게 보조연기자가 된다. 장사는 한바탕 쏟아내는 쇼와 같다.     

 

창의적 마케팅
흔한 마케팅의 방법중 하나인 쿠폰 방식은 10번째 도장이 박히면 그 다음은 무료로 한 번을 서비스하겠다는 손님과의 약속이다. 그러다 보니 도장 10개를 받으면 그 다음은 고객 입장에서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가 생긴다. 서비스가 아닌 당연한 것이 된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어떤 커피전문점에는 쿠폰이 없다.

도장도 없다. 그저 눈과 기억과 경험에만 의지하여 대충(?) 10번째 방문 정도인 듯싶으면, 커피를 건네면서 손님에게 느닷없이 ‘이번 것은 공짜입니다. 그냥 드릴게요’라고 한다면 그 순간 손님의 표정은 어떨까? 똑같이 10번째에 무료로 한 잔을 주기는 마찬가지이지만 후자의 경우 손님은 횡재를 한 기분일 것이다. 다만 이렇게 하려면 직원과 주인의 기억력이 상당히 좋아야 할 것이다. 

창조적 파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즐거운 기억의 서비스 
사실 위의 마케팅 방식은 필자의 동료가 피자집을 운영할 때 하던 방식이다. 그는 머리가 좋지 않아 9번째 또는 11번째에 서비스를 주는 등 제각각이었다. 다행한 것은 착한(?) 손님들이 훨씬 많다는 점이고 오히려 손님들이 더 정확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이성적이다. 하지만 손님은 감성적이고 단순하다. 손님은 무언가 선택해야 할 때는 즐거운 기억이 있었던 가게, 단 하나의 상품과 서비스로 깊은 인상을 받았던 가게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므로 단 하나로 고객의 생각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게가 되려면 마케팅은 개념부터 바뀌어야 한다.

 

 

 

박홍인 (사)한국여성창업교육협회 사무국장  현) 동작링크상권 르네상스 사업단 단장, 전) (사)한국여성창업교육협회 사무국장, 전)과천시 창업상권활성화센터 센터장, 중앙대학교 창업학 석사, (사)국민성공시대 2013년 대한민국 명강사 33인, (사)한국강사협회 명강사회원.   
e-mail phi3d@naver.com

 

*CEO스터디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