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어두워진 소비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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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두워진 소비심리
  • 지유리 기자
  • 승인 2023.09.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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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심리지수에 제동이 걸렸다. 다행히 하반기 경제에 관한 낙관적 견해가 우세하지만 고물가에 폭염·폭우,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까지. 소비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는 물가안정과 외식업계에 이어질 도미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을 논의할 때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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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지수 하락
코로나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경제 상황이 나아지는 것 같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난달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8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03.1로 전월 대비 0.1p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동향조사는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도시 2,500가구(응답 2,390가구)를 대상으로 경제 상황과 물가 상황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 장기 평균치(2003년 1월~2022년 12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으로 보는 심리가 우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수가 100을 넘었다는 것은 아직 경기를 낙관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상승세는 2월 이후 처음으로 주춤했다. 주요 지수 중 내림세를 보인 것은 경기 관련 지수였다. 현재 경기와 전망이 동반 악화하였다는 풀이로 해석된다. 고물가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전년 동월대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2000년 12월(6.5%)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외식 서비스, 가공식품 등을 중심으로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은 이유다. 앞서 한국은행은 7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세를 보이다 8월부터 반등해 연말까지 3% 내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황희진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장은 “전체 소비자물가는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폭우, 폭염 등 기상 악화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고 최근 석유류 가격들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여전히 높다”며 “외식서비스, 가공식품 등의 체감물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더 하락하지는 않고 전월 수준에서 머물게 된 것 같다”며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예고와 8월부터 상하수도 요금, 교통 요금,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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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소비자심리지수란?
우리나라 가계부문의 현재생활형편,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생활형편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총 6개의 주요 개별지수를 표준화하여 합성한 지수로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을 나타낸 지수다. 6개 개별 표준화 지수를 합산한 후 이를 다시 표준화하여 소비자심리지수의 장기평균이 100, 장기표준편차가 10이 되도록 재조정하여 산출한다. 이때 개별지수가 100보다 높은 경우 긍정적으로 응답한 가구 수가 부정적으로 응답한 가구 수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보다 낮은 경우에는 그 반대를 의미한다. 즉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을 경우는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주관적인 기대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뜻하고, 100보다 낮을 경우는 비관적임을 나타낸다. 


외식 소비 급감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외식 수요 역시 1년 반 만에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음식점·주점업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지수)는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3.4% 감소했다. 이는 2021년 1·4분기 14.1% 감소한 뒤로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음식점·주점업 소비는 지난 2020년 1·4분기부터 2021년 3·4분기까지 연속 하락을 거듭하다 2021년 4·4분기에 반등하기 시작했다. 증가세는 올해 1·4분기까지 연속 계속됐지만 2·4분기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음식점·주점업 소비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높은 외식 물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식 물가는 지난해 3·4분기 21년 만에 최대 폭인 8.7% 상승하면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2·4분기까지 7∼8%의 높은 증가 폭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서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 물가의 경우 1년 전보다 7.5%나 오른 것으로 전체 물가 상승률은 두 배 이상 웃돌은 결과다.

대표적인 외식 품목인 짜장면의 평균 가격은 7,000원을 넘어섰고, 삼계탕 가격은 평균 1만 6,423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가격인 1만 4,885원보다 10.3% 올랐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한 각종 대응책 마련으로 닭고기 공급량 확대를 위한 종란 수입, 계열업체 추가 입식을 지원하는 한편 지난달까지 할당 관세 3만 톤 물량을 도입했다.

하지만 밥상 물가는 교통비 인상은 물론 전기세,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으로 제기돼 쉽사리 물가가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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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악재 이어져 
사회적으로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폭염·폭우가 이어졌고, 국제적으로 곡물가와 유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체감물가는 한층 더 높아졌다. 여기에 흉기 난동과 칼부림 예고 등의 사회적 문제가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경제 소비에 따른 심리는 더욱 위축된 상황이다. 물가 상승을 살펴보면 지속된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4일 기준 적상추(100g)의 평균 소매가격은 2,310원으로 1개월 전(1,143원)보다 102.1% 올랐다. 같은 기간 시금치(100g)는 930원에서 2,286원으로 145.8% 치솟았고, 열무(100g) 역시 3,057원에서 4,589원으로 50% 올랐다.

여기에 러시아의 흑해 곡물 수출 협정 탈퇴 등으로 빵, 라면 등 가공식품의 재료인 곡물 가격이 올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7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23.9로 전월(122.4)보다 1.3%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식량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새로운 동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흉기 난동과 칼부림 예고 등의 끔찍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사회적인 중범죄가 당장 경제 지표에 유의미한 수치로 반영되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공포감을 주는 이슈는 소비심리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기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수산업, 식품업 관련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고민 역시 깊어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고 방류에 따른 방사선 영향은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불안 심리에 따른 수산물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에 진입하면서 고물가와 소비 부진 등으로 외식업의 정상적인 운영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라는 또 다른 사안을 만나게 됐다. 이에 수산물 소비 위축이 어업인뿐만 아니라 외식업계까지 퍼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우리 경제 전체의 소비침체로 이어질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노력
정부가 고물가에 따른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 달 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한훈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간담회를 열고, 주요 외식업체 대표를 만나 물가안정 동참을 요청할 계획이다. 

간담회에는 신세계그룹 계열 스타벅스커피코리아와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전문점을 비롯해 롯데그룹 계열 <롯데리아>와 <맘스터치>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등이 포함됐다. 또 제너시스BBQ, <교촌치킨>, <bhc> 등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와 SPC삼립, 본아이에프, <피자알볼로>, <김가네>, <바르다김선생>, <얌샘김밥> 등 식품·외식 업체들의 CEO급도 참석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물가안정을 위한 주요 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 동향을 점검하고, 업계 어려움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라며 “외식 물가안정을 위해 업계에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앞서 식품업계에 라면값 인하를 요구에 나선 바 있다. 이후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 업계가 잇따라 주요 제품 등의 가격을 인하했다. 또 지난달엔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유업체 10여 곳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원윳값 인상이 과도한 유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인상 폭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민간 소비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가계 평균 소비성향 상승을 위한 지속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가계 소득 증가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실질 구매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대책으로 수산물 원산지 표시 특별점검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 합동으로 2만여 개 수산물 업체에 대해 원산지 표시를 집중 확인할 방침이다. 또한 수산물 소비 위축 우려에 대한 소비 촉진 차원에서 청사 구내식당 점심 메뉴로 수산물을 제공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오염수를 둘러싼 설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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