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인상 커피 업계 영향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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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윳값 인상 커피 업계 영향 줄까?
  • 지유리 기자
  • 승인 2022.12.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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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관리 위한 모니터링 강화 필요

원유값의 상승으로 치즈, 버터, 빵류 등 관련 가공식품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커피전문점, 제과제빵업 중소 자영업자들의 경우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쉽지 않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가격 인상 감시의 확대와 강도 높은 제재 등 물가 관리를 위한 정부 각 부처의 모니터링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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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윳값 인상 
낙농진흥회가 지난달 17일부터 원유 기본가격을 L당 49원(5%) 인상하면서 ‘1L 우유 3,000원 시대’가 열렸다. 1L 팩 당 150~250원씩 일제히 오른 우윳값 인상의 책임 소재를 놓고 업계와 정부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업계는 정부와 협의한 원유값 인상에 인건비·물류비 인상분이 더해져 업체별 흰 우유 판매가가 6.6~9.6% 정도 올랐다는 입장인 반면 5%로 결정된 원유값 인상 협상 과정에서 이미 인건비·물류비 인상분이 반영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 조정된 우윳값을 비교해보면 서울우유는 1L당 180원이 오른 2,890원, 매일유업은 900mL가 250원 오른 2,860원, 남양유업은 230원 오른 2,880원에 달했다. 전반적으로 6~9.6% 수준의 인상 폭이다. 흰 우유 가격 상승에 따라 우유가 사용되는 커피, 빵류 등의 연쇄적인 가격 인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은 이후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8.9%를 기록했다. 치킨이 10.3%, 생선회 9.2% 등 주요 외식 메뉴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더불어 계란 한판(30개 특란) 가격은 약 6,6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이상 올랐다. 평년 기준으로 15% 이상 높은 수준이다. 우유와 더불어 계란의 가격 인상은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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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의 현실
지난달 11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올 하반기 외식 프랜차이즈의 정보공개서 등록 취소 건수가 7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37건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정보공개서는 해당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평균 매출액 등 예비창업자들의 가맹본부 기본정보를 담은 것으로 가맹사업 시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이에 정보공개서 등록 취소는 가맹사업 포기를 의미한다. 

증가 이유로는 식재료 등 가맹점 공급물품 가격이 40% 이상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꼽는다. 여기에 금리 인상 역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맹본부의 사업 초기 가맹점 확대를 위해 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고물가로 식비와 생활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유제품 가격 인상은 물가 상승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우유는 모든 식음료 산업에 사용되는 만큼 우유 가격의 인상은 제과 제빵을 비롯한 모든 식음 분야에서 연쇄적인 가격 상승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카페와 디저트 전문점의 경우 지난해 가격 상승한 밀가루를 비롯해 우유와 계란으로 이어지는 물가 상승은 재앙에 가깝다. 대량 계약을 맺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개인 카페의 경우 유업체들의 대리점에서 우유를 조달하기 때문에 밀크플레이션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생두 가격의 인상 역시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의 수익률은 30~35% 정도로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잔을 팔면 450~500원 정도의 수익이 남는데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원두값과 포장비, 전기료, 수도료, 인건비 등을 따져보면 이제 1,000원대 커피는 나오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소상공인 관계자에 따르면 “소주 출고가가 100원 오르면 음식점에서는 소주 한 병당 1,000원을 올리는데 커피전문점에서는 원두값이 25% 올라도 커피값 인상에 눈치를 봐야 한다”라면서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원두값 상승에 대응할 수 있지만, 개인 점포들은 더욱 힘들어진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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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업계의 반응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 역시 우윳값의 상승으로 카페와 빵집을 비롯한 관련 업체들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달 16일 <이다야커피>는 3,000여 곳의 가맹점을 대상으로 가격 인상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커피 가격 인상에 찬성하는 의견이 6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이디야커피>는 직영점을 시작으로 가격 인상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가맹점은 연내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논의 중이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원두 가격뿐 아니라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가맹점 설문조사를 진행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디야커피>는 2118년 이후 4년 만에 커피 등 음료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지난달 마련한 바 있다. 음료 90종 중 카페라테를 비롯한 57종의 가격을 200원부터 700원까지 올렸다. 다만 대표제품인 아메리카노의 경우 가격을 유지하면서 용량을 키우고 샷을 추가할 방침이다.  

‘레귤러’ 사이즈는 한 잔에 3,200원을 유지하며 ‘라지’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의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이 같은 가격인상안을 보류했고, 이번 설문조사를 거쳐 다시 가격 인상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10월말부터 일부 홀 케이크 제품 가격을 3% 인상해 화이트 포레스트 생크림 케이크를 3만 2,000원에서 3만 3,000원으로, 트리플 쇼콜라 무스는 3만 4,000원에서 3만 5,000원으로 올렸다.
<엔제리너스>, <블루보틀>, <스타벅스>, <탐앤탐스>,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할리스>, <폴바셋> 등이 연초부터 커피, 음료 등 일부 제품 가격을 100~400원가량 올린 데 이어 추가로 가격을 인상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커피빈>은 지난 2월 커피 음료 등 49종에 대한 제품 가격을 100원씩 인상한 지 3개월만인 5월에 또다시 추가 인상을 단행한 바 있어, 다른 업체들도 연 2회 가격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커피전문점의 가격 인상은 우유뿐 아니라 원두 가격의 상승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인건비 등 여러 요인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최근 국제 원두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대비 현시세는 2배를 넘겼다. 

커피 업계 관계자들은 “원두는 전량 해외 수입으로 작황 부진과 환율 상승세까지 더해지면서 원두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올 상반기 한차례 가격 인상을 했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인상 계획을 잡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시장 현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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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책
농식품부는 우유의 경우 흰 우유 등 소비자가격 상승 폭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유업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고, 낙농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용도별 차등 가격 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용도별 차등 가격제란 음용유(마시는 우유)와 가공유로 나눠 원유(原乳)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는 제도로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위원회가 생산자 위주 구성에서 중립적으로 구조를 개편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원유 공급량을 늘려 농가 소득을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원유가격은 농가 생산비 증감에 따라 결정하는 공급 측 중심의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과거 우유가 부족할 때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쿼터제 등과 함께 도입했지만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는 게 농식품부 판단이다.

특히 최근 원유가격 인상으로 우유와 유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세에 영향을 주자 정부가 가격 결정 체계 개편에 나선 것이다. 원유 기본가격은 지난달 16일부터 소급해 리터당 49원 인상됐다. 다만, 생산자와 유업계의 가격 조정 협상이 길어지면서 8월부터 조정된 가격을 적용하지 못한 상황을 감안해 올 연말까지는 3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내년 1월부터는 리터당 49원 인상된 기본가격이 음용 원유에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기존에는 음용유와 가공유 간 가격 차이가 없었으나, 내년 1월부터 가공유 가격을 리터당 800원을 적용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흰 우유 가격 상승에 따라 우유가 사용되는 커피, 빵류 등의 연쇄적인 가격 인상 우려가 있으나, 올해 이미 커피와 빵류 가격이 올랐고, 빵 등 제조 원가에서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우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추가적인 가격 인상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실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나 제과·제빵 전문점의 가격 인상 동향을 파악한 결과 우유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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