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마니아들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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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마니아들의 성지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2.12.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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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과자점> 이수민 대표

이수민 대표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지하 1층까지 찾아온 고객들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한다. 방문한 고객에게는 진정성을 담은 응대로 흡족하게 만들었다. 과자에 대해 설명하고,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음료 등까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온실과자점>은 나만 알고 싶다’, ‘또 가야겠다’라는 고객들의 반응은 이수민 대표의 자부심이 된다. 

온실과자점 이수민 대표  ⓒ 사진 이원기 기자
온실과자점 이수민 대표 ⓒ 사진 이원기 기자

 

‘온실과자점’. 따뜻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의 이름이다. 뜻도 애매한 조합의 외국어 상호가 범람하는 지금, 한글로 쓴 가게 이름은 정겹고 반갑다. ‘나만 알고 싶은 맛집’이란 평으로 더 알려진 구움과자 전문점 <온실과자점>은 이름부터 호감을 갖게 한다. 따뜻한 느낌에 프랑스풍의 인상을 주고 싶던 이수민 대표는 <온실과자점>이라는 이름이 의미를 잘 담은 것 같다고 얘기한다. 포근하고 따스한 온실에서, 달달한 디저트를 즐기는 여유라니,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분당 최고의 디저트 
분당의 <온실과자점> 본점은 계단이나 엘리베이터가 어딘지 한참 찾게 되는 건물 지하에 있다. 행인 자체가 드문 건물 지하 1층까지 찾아온 고객은 호기심에 왔으리라. 그렇게 찾아온 고객은 ‘너무 맛있다’라며 바로 다음날 친구와 동료를 데리고 오고, 선물을 하고, 선물받은 고객이 어딘지 궁금하다면서 또 찾아온다. 2019년에 오픈한 <온실과자점>은 곧 ‘분당 최고 디저트’라는 별명을 얻었고, 고객들은 늦으면 품절이라며 미리 줄섰다가 문 열자마자 들어온다.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다면 좀 더 좋은 상권을 찾아볼 걸 그랬어요, 하하.” 이수민 대표 역시 이 정도의 성공은 예상하지 못했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고, 창업 경험 커녕 매장에서 일해본 경험도 없어서 작게 시작하려고 했던 터였다. 대신 최선을 다해 만들고, 성심을 다해 SNS에 글을 올려 홍보했다.

우연찮게 이 글을 본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있길래 이런 구석에 가게를 냈을까’라며 찾아갔다가 단골이 됐다. <온실과자점>은 입에서 입으로, 또 입에서 입으로, 별다른 홍보없이 그야말로 구전으로 알려진 것이다.

 

 

온실과자점 이수민 대표  ⓒ 사진 이원기 기자
온실과자점 이수민 대표 ⓒ 사진 이원기 기자

경영 대신 택한 과자의 길
경영학을 공부하고 일반 기업에 다니던 이 대표는 결혼하고 퇴직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좋아하던 요리를 새로운 길로 택했지만 뜻밖에 생채소 알러지가 있단 걸 알고 한동안 좌절감에 무력해지기도 했다. 그때 친구가 ‘베이킹은 어떠냐’라고 권했고, 이 대표는 그 길로 나카무라제과아카데미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애초 창업을 염두에 둔 터라서 취직해서 실무 경력을 쌓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래서 <온실과자점> 오픈 초기에 착오가 많았다. 지금 보면 어리석다 싶은 일도 많이 했지만, 반면 그 과정에서 터득한 노하우로 자신감을 얻었다. 

<온실과자점>은 베스트셀러인 까눌레와 피낭시에는 물론, 다른 데서 찾아보기 힘든 티그레와 바나나푸딩 등을 찾아오는 마니아층까지 있다. 밀려들어오는 주문에 이 대표는 하루 14시간에서 16시간 까지 일하기도 했다. 건강에 적신호가 울릴 때쯤 다행히 기계 설비를 갖추고 직원도 늘릴 수 있었다. 생산성이 늘면서 계획하고 있던 2호점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내게 됐고, 최근 택배 사업도 함께 시작하면서 더 큰 꿈에 도전하게 됐다.

 


한결같은 맛
<온실과자점>을 오픈할 때만 해도 구움과자 전문점은 찾기 어려웠는데, 이삼년 사이 부쩍 성장했다. 고객도 늘었지만 경쟁업체도 늘어서 사업에 대한 고민을 안 한 날이 하루도 없었다. 시작할 때는 가족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직원들의 일자리까지 책임지는 입장이다. 운영할수록 혼잣몸이 아니란 걸 뼈저리게 느낀다.

“자식 둔 부모 심정이 이런가 봐요. 직원들의 미래를 보장하자면 사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합니다. 만약 직원들이 사장에게 배울 게 없다거나 가게가 비전이 없어서 그만둔다고 하면 슬플 것 같아요. 함께 성장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게 저의 역할이니까요. ”

이 대표는 온실과자점의 콘셉트를 ‘클래식’으로 정했다. 고객이 몇 달, 몇 년만에 와도 ‘여전히 맛있다’, ‘그대로다’ 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다. 1호점과 2호점의 성공에 이어 이 대표는 또 다른 아이디어를 실행할 계획이다. 하나는 지방에 직영점을 내거나, 프랜차이즈로 가맹점을 내서 브랜드를 더 알린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온실과자점>에서는 다루지 않는 메뉴로 세컨드 브랜드를 내는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든, <온실과자점>은 ‘최고의 디저트’를 찾아다니는 고객들의 성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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