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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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2.05.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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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버터플라이> 김진이 대표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직접 만든 머리띠로 감싼 하얀 머리칼, 레이스달린 니트스커트에 앵클부츠, 당당한 애티튜드. 카페 <마담버터플라이> 김진이 대표는 범상치 않은 아우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직접 꾸민 꽃다발을 들고 나서는 날에는 누군가 한명은 반드시 따라와 ‘무슨 일 하시는 분이냐’라고 묻는다. 꽃을 사랑하는 예술가의 영혼은 누구라도 알아보는 법이다.

마담버터플라이 김진이 대표 ⓒ 사진  유흥선 기자
마담버터플라이 김진이 대표 ⓒ 사진 유흥선 기자

 

카페 <마담버터플라이>는 꽃과 케이크, 커피와 앤티크 소품이 어우러진 독특한 콘셉트로 잘 알려져 있다. 오픈을 알리는 입간판 대신 문 앞을 장식하는 꽃과 나무 등, 일반 플라워카페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가게 안은 꽃과 풀 냄새, 커피향, 한눈에 보기에도 내력이 담긴 고가구들, 천장에 달린 카약 등이 어우러져 아늑하고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풍긴다. 구석구석에서 앤티크 소품들을 발견할 수 있어 눈썰미 좋은 앤티크 마니아들이 조용히 찾아오곤 한다.   

 


아름다운 시절 
카페 <마담버터플라이>는 ‘벨에포크’를 콘셉트로 연출한 공간이다. 예술이 흥하고, 예술을 논하던,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예술가들의 전성기였던 시대. 그 시절처럼 사람과 꽃, 커피 향기를 함께 맡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정신없이 우르르 몰려왔던 사람들이 커피만 급하게 들이켜고 가는 <스타◯◯> 같은 분위기는 지양한다는 김진이 대표의 뜻은 <마담버터플라이>를 찾아오는 고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독특한 콘셉트와 앤티크한 매력에 빠진 고객들은 꽃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몸과 마음의 휴식을 얻고 갔다. 카페는 많지만 <마담버터플라이>처럼 특별한 공간은 없었다.

<마담버터플라이>는 꽃집이면서 카페로, 갤러리 겸 음악회를 여는 예술 공간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갤러리 관장으로 수십 년 일하면서 문화계, 언론계 인사들과 연을 맺어왔다. 예술가들 역시 그와 친분을 맺고, <마담버터플라이>에서 공연 후 뒤풀이를 하고 꽃꽂이를 배우며 그녀의 세계에 매료되곤 했다. <마담버터플라이>도 같은 제목의 오페라를 사랑해서 붙인 이름이다.

 

마담버터플라이 김진이 대표 ⓒ 사진  유흥선 기자
마담버터플라이 김진이 대표 ⓒ 사진 유흥선 기자

꽃은 최고의 예술  
갤러리 관장으로 활약하던 김 대표는 자신의 안목을 믿고 유럽에서부터 앤티크 소품을 들여왔다. 앤티크숍을 시작한 김에 꽃도 해볼까 라며 무심하게 시작한 것이 <마담버터플라이>의 시작이었다. 플로리스트로도 명성이 높지만 정식으로 배운 것은 아니었다. 미술가의 감각이 꽃에도 통한 것이다.

‘꽃은 고급문화’라면서 김 대표는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고급문화는 시간과 돈, 인내가 필요한데 그 중 최고급 문화는 예술이란 것이다. 음악, 회화, 조각, 영화, 건축, 문학, 연극 등 7가지 장르의 예술 중 최고가 미술로, 미술을 공부한 김 대표는 그 안목으로 꽃을 다루고 있다고 얘기했다.

“색감, 원근, 비례, 구도 등 미술을 공부한 덕분에 꽃을 따로 공부하지 않았어도 조화롭게 잘 맞춥니다. 취향과 용도에 맞춰 꾸민 꽃다발에 고객들은 감탄하면서 기뻐합니다. 꽃다발을 쇼핑백에 담지 말고 그냥 들고 가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길에서 보는 사람들도 함께 꽃을 보고 힐링할 수 있도록. 실제로 들고 다니니까 ‘멋있다’, ‘어디서 했냐’라며 칭찬한다고 해요.”


선한 영향력
김 대표가 꾸민 꽃다발은 일반 플라워숍에서 보던 꽃다발과 전혀 다르다. 스쳐 지나던 사람들조차 대담하면서도 조화로운 꽃의 조합에 감탄한다. 그는 스스로 꽃을 다루면서 힐링한다고 얘기했다.

“꽃은 우아하고 품위있는 예술입니다. 제가 만지면서도 꽃으로 힐링하고 있어요. 살아있는 사람은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하고, 보는 사람은 감동할 수 있어야죠.”

굳건한 충성 고객이 있지만 <마담버터플라이>도 2년여의 코로나 팬데믹에 영향을 받게 됐다. 영업시간 제한이 있어 저녁보다는 낮에 커피를 주문해서 가져가는 고객을 위해 구조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꽃과 앤티크 소품으로 가득 찬 공간을 사랑하는 고객처럼, 커피와 케이크를 좋아하는 고객들이 더 자주 찾아올 수 있도록 내린 결정이다.

“돈 보다는 뜻하는 바가 있습니다. 고객 없는 주말에도 나와서 글을 쓰면서 지금도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요, 그리고 식사때마다 기도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게 해달라고요. <마담버터플라이>를 운영하는 이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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