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매너와 배달전문점의 품격
상태바
류승완 감독의 매너와 배달전문점의 품격
  • 장기석 전무
  • 승인 2021.08.31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FC제언

여름철 극장가를 강타할 조인성 김윤석 주연의 블록버스터 영화 <모가디슈>. 이 영화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베를린>, <군함도> 등을 만든 대한민국의 국가대표급 영화감독 중 한 명이다. 20대 청년시절의 류승완 감독을 본 필자의 눈이 정확하다면 그는 세계적인 감독이 될 매너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세계는 그를 주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매너가 충분했다. 어떤 매너 였을까?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이미지 ⓒ www.iclickart.co.kr

 

류승완 감독의 20대 청년시절, 그러니까 1996년쯤인 듯하다. 당시 충무로 다락방 같은 공간에서 작은 영화제가 열렸다. 비디오, 8미리, 16미리 단편영화를 상영했는데 열댓명이 둘러앉아 본 기억이 난다. 그 중에는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도 있었다.

영화 좀 한다는 청년들은 6,70년대 히피족 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위 헝그리 정신으로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 등이 남달랐다. (대부분 꼬질꼬질 했다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그런데, 본인의 단편영화, 그것도 일개 8미리 단편영화를 만들어 영화제에 출품한 류승완 감독은 캐주얼정장을 멋지게 차려입고 등장했다.

그가 단상에 서서 본인을 소개하는데, 자유로운 영혼의 청년 류승완은 최소한 아니었다. 오히려 거장의 품격이 우러났다고나 할까? 작은 8미리 영화였지만 그는 진중했으며 본인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일부러 찾아와서 관람해주고 있는 우리 관객들에 대한 공손함까지 보여주었다.

필자는 그때 류승완 감독이라는 사람이 정말 큰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작은영화라 하더라도 그는 그의 영화와 관객에 대한 멋진 ‘매너’를 갖춘 아티스트였다. 


나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존경의 표현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로 우리는 아카데미상의 격조 높은 무대를 시청한 바 있다. 아카데미상을 비롯한 수많은 국제영화제에서 아티스트들은 멋진 턱시도우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시상식 무대에 오른다. 이것이 쇼비즈니스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아티스트 본인이 참여한 작품(영화)에 대한 애정과 존경의 표현이자 ‘매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미슐랭 별점을 받은 레스토랑이나 5성급 호텔 레스토랑에 방문하면 멋진 유니폼과 셰프복을 입은 근무자를 통해 접대를 받게된다. 그들의 옷은 잘 다려져있고 반듯하며 멋지다. 그리고 그렇게 근무복을 입고 격조있는 서비스로 레스토랑 근무자들이 접대하여주니 우리 고객의 품격도 덩달아 높아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이들 레스토랑의 주방은(대부분은 아니겠지만) 오픈키친 형태로써 주방 내부를 훤히 볼 수 있게 해놓은 곳이 많다. 깨끗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주방에서 일하는 셰프들의 몸짓은 수준 높은 발레 공연을 보듯 우아하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눈이 호강하는 것이다. 

외식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시각적 요소이다. 맛과 품질은 기본이다. 음식 플레이팅도 중요하고 스타일링도 중요하지만 배경화면 역할을 하는 공간도 중요하다. 공간의 멋은 입구에서부터 압도적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들어갔을 때 맞이해주는 근무자의 부담없는 미소도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배달전성시대는 수많은 배달음식전문점 브랜드의 탄생을 견인했다. 여기서 기존 오프라인 음식점의 배달서비스 도입 이야기는 안 하겠다. 배달음식전문점에 한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음식점도 예외는 아니다. 

 

변하지 않는 배달음식전문점들의 공통점
소규모 배달음식전문점은 오래 전부터 소자본창업의 대표적 모델로써 주로 창업자금이 부족한 생계형 창업자들이 오픈하고 운영했다. 중국집과 치킨집이 대표적이다. 그 뒤를 이어 피자집, 족발집 등이 등장했다. 지금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메뉴를 팔 정도로 배달음식의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몇 해 전부터는 인건비 상승, 임대료 상승 문제로 기존 음식점 문을 닫고 배달음식전문점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사업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생애 첫 장사를 하는 분들도 자금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작게 시작할 수 있는 배달음식전문점을 선호한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배달음식전문점들의 공통점이 있다. 90% 이상이 임대료, 보증금 등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골목 안쪽 매장을 임대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뭐 좋다.

그런데, 그들 매장 90% 중 상당수의 매장이 어둡고 칙칙하다. 매장 앞에는 포장박스와 음료박스 잡동사니가 어지럽게 나와있고 유리창은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홍보물이 덕지덕지 붙어있거나 선텐지로 전체 마감되어 있다. 

(부착된 홍보물 중 반 이상은 아주 오래된 홍보물도 많다) 어쩌다가 매장 안을 들여다보면 속옷이 드러나는 앞치마만 두른 채 일하는 근무자부터 요즘 같은 시대 턱스크 상태로 일하는 근무자, 더운 주방에서 일하느라 아예 위생모를 쓰지 않는 근무자까지 보인다.

라이더들이 배달매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채 밖에서 기다리는 것을 보면 대부분 매장 내 환기가 안되고 있거나 위생상태가 안 좋거나 앉아서 쉴 공간이 없거나 매장 근무자들끼리만 시끄러운 매장일 확률이 높다. 유니폼을 입은 채 매장 앞에서 담배를 태우는 근무자를 보면 설마 저 손으로 음식을 하지는 않겠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배달음식전문점들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매장 간판부터 매장 앞이 그토록 칙칙할까? 

 

매장, 음식 그리고 고객에 대한 격조높은 매너
내부는 패트콜라박스와 포장박스로 가득한데 왜 정리를 안 할까? 

왜 근무자들은 멋지게 유니폼, 위생모 등을 착용하지 않는 것일까? 배달음식전문점이니까, 골목 안에 있으니까 하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다. 오히려 골목 안에 있는 배달음식전문점이 더 환한 매장이어야 하고 더 깨끗한 매장이어야 한다. 고객이 잘 안 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매장에 일하는 근무자들뿐이다.

배달앱에서 고객에게 노출되는 카테고리별 매장들의 나열 방식은 기본이 고객의 집주소와 가까운 매장들이다. 그 얘기는 고객이 해당 매장을 지나쳐 갈 수도 있는 확률이 꽤 높다는 말이다. 매장이 환하고 청결하며 근무자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아무리 골목 끝 작은 배달음식전문점이라고 해도 고객들은 찾아 갈 것이다. 그리고 배달앱에서 즐겨 찾는 매장으로 찜 해놓을 것이다. 또한 라이더들이 쉬어갈 수 있는 휴게소 같은 공간이 될 것이다. 

배달전성시대, 쥐족발 배송 사태 이후 정부는 국민이 안심하고 배달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배달음식전문점의 ‘공개주방(CCTV 지원)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한다. 실효성을 떠나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배달음식전문점 사업자 분들은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아무리 작은 배달매장이라도 청결한 매장에서 멋진 유니폼을 입고 정성껏 조리하는 것이 내 매장, 내 음식에 대한 그리고, 고객에 대한 격조 있는 매너가 아닐까? 

 

 

장기석 전무  현재 식품 &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삼정코리아의 사업전략 및 마케팅 총괄 전무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를 나와 프랜차이즈 분야 마케팅전문가로서 <망고식스>, <엔타스>, <BBQ> 등을 거쳤다. 현재 삼정코리아에서 혁신적인 전략과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으며, 외식프랜차이즈 기업을 넘어서 푸드큐레이션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e-mail filmkorea@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