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텃새 이긴 부드러운 통솔력 <바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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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텃새 이긴 부드러운 통솔력 <바늘이야기>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4.10.16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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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늘이야기> 매장 내부 ⓒ사진 김희경 기자

작고 둥그스름한 얼굴, 하얀 피부와 얇고 도톰한 입술, 조근조근한 말투. 10년 넘게 한 업체를 지킨 송영예 대표는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지나온 세월은 거칠고 험했다. 작지만 단단한 회사를 일구어낸 송 대표와 <바늘이야기>의 발자취를 살폈다.

Point 01 긍정의 힘, 도전하는 용기
송영예 대표는 교직원으로 일하다 종가로 시집가 종부가 되었다. 1년에 제사를 8번 치르는데 그나마도 2월에 몰려 있어 하루 이틀 걸러 제사상을 차려야 했다. 그럼에도 제사를 몰아서 할 수 있으니 복이 있다 여기며 일을 감당했다. 게다가 그는 홀시아버지를 모시는 주말 부부였다. 손뜨개는 그 속에서 찾은 취미였다.

▲ <바늘이야기> 송영예 대표 ⓒ사진 김희경 기자

손뜨개를 시작하고 나서 욕심이 많아졌다. 더 다양한 재료와 새로운 도안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직접 재료를 사기 시작했고, PC통신에서 동호회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으며 책까지 쓰게 되었다.
작가이자 주부인 송 대표가 사업에 뛰어든 건 남편의 사업이 기울기 시작하면서였다. 송 대표는 가장이 되어서 집을 지켜야겠다는 절박함을  가졌다. 그리고 앞으로 최소 2년은 내가 집을 책임지겠다는 다짐으로 손뜨개 사업에 나섰다. 처음에는 온라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전자 거래가 흔치 않았던 99년이었지만, 송 대표는 도전했고,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2000년대 초 오프라인 점포를 내기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워서 짧은 기간에 185호점까지 개업했다. 단기간에 이뤄낸 성과에 사람들은 주목했고, 환호했다. 방송·신문 등 여러 매체가 집중했다. 기세에 휩쓸려 기성품을 만들어 백화점에 입점하고 중국에 진출해 교육장을 만드는 등 발을 뻗어나갔다.

Point 02 한발 빠른 판단과 선택
화려하게 시작한 사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실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재래시장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이미 기존 상인들에 의해 폐쇄적인 유통망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터라 <바늘이야기>가 몰고 온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재래시장에서는 파는 사람에 따라, 지역마다 재료값이 다르게 거래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송 대표가 온라인에서 가격을 공개하자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재래시장과 거래하는 데에 익숙한 유통업자들은 상인들의 편에 서기 일쑤였다. 술을 잘하지 못하는 송 사장은 유통업자들을 모아 놓고 처음으로 술의 힘을 빌려 소리를 질렀다. 그 뒤로 불만스러워하는 유통업자와 생산업자와는 거래를 끊었다.
다시 원점이었다. 그러나 이미 바닥까지 가봤던 경험이 있어 고비가 와도 두렵지 않았다. 가맹점을 185개에서 50개로 과감히 줄이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비중을 높였다. 재료를 들여올 자금이 없을 때에는 오랜 기간 함께하며 신뢰를 쌓은 점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주었다. 덕분에 단기간에 13건의 수입 계약을 맺었다. 경영 구조를 바꾼 회사는 4년만에 안정세에 들어섰다.
송 대표는 <바늘이야기>에서만 접할 수 있는 재료와 상품을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에 독점 계약을 이어 나갔고 공장을 가동해 직접 실을 생산했다. 그렇게 계약을 맺은 국가가 영국·프랑스·이탈리아·일본·루마니아·터키 등이다. 이제는 한국에 진출하고 싶은 외국 업체가 <바늘이야기>를 먼저 찾는다.

Point 03 산업 전체 이끄는 사명감
송 대표는 <바늘이야기>는 기술 사업이라고 말한다. 기술을 성실히 공부해서 제대로 작품을 구현하는 사람이 <바늘이야기>에 적합하다고 여긴다. 점주들도 2년 동안 교육 과정을 마친 이들이 많다. 장기간 공부하면서 기술을 연마한, 실력과 인내가 검증된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이다. 본사에서 두 달에 한 번 여는 워크숍에는 점주의 80%가 참여해 공부한다. 점주들 스스로가 자신의 틀 안에 갇히지 않도록, 감각과 기술이 무뎌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
송 대표는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리더다. 사업 초기에는 유럽의 실뜨개 문화를 들여오고, 온라인을 활용한 운영을 하는 등 시대를 앞서는 경영으로 실 시장을 선점했지만 자신은 이제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한다. 자신이 제작하는 작품과 디자인도 예전과 달라졌음을 인정한다. 그는 대표의 변화에 따라 브랜드가 변하게 놔두지 않는다. 자신이 집필하지 못할 때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책을 내도록 독려한다.
송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지키려 욕심을 부리지 않고 겸손한 것은 그의 관심이 <바늘이야기> 하나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머지않은 미래에 손뜨개 박물관을 만드는 게 꿈이다.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부터 제품 제작까지 보여주는 기록관을 완성해 손뜨개 산업의 교육·문화를 홍보하고 싶다. 또 정부에서 지원하는 고용보험 환급 과정에 손뜨개 강의가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바늘이야기> 매장 외관 ⓒ사진 김희경 기자

가맹정보(단위: 만원, 33㎡(10평) 기준, VAT별도)
가맹비 300
초도 물품비 1000
합계(별도공사 제외) 1300

문의 : www.banul.co.kr / 1544-1334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촌로 162(대흥동) 캠프리빌딩 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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