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령사, 대하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철음식은 뭘까. 가을은 일년 중 먹을거리가 가장 풍성한 계절. 그렇기에 의견 또한 분분하다. 누군가는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속담을 내세우며 가을전어 예찬론을 늘어놓을테고, 누군가는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며 가을낙지 사냥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을 게다. 하지만 가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가을대하’다. 옛말에 ‘가을 새우는 굽은 허리도 펴게 한다’고 했다. 노인의 굽은 허리도 펴게 할 만큼 그 맛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이처럼 단백질과 무기질, 칼슘 등이 풍부한 대하는 가을철 최고의 별미로 꼽힌다. 샐러드, 튀김, 찜 등으로 요리법이 다양하지만, 굵은 소금 위에 올려 구워먹는 소금구이는 그야말로 고소하고 쫀득한 육질이 일품. 이 가을, 9월 초부터 시작해 10월까지가 최적기인 대하를 놓치지 말자.
글 엄보람 기자 사진 박세웅 팀장
서해안의 가을 진미 대하
‘대하’는 길이가 20cm가 넘는 큰 새우를 지칭하는 말로 특정한 종을 이르는 말은 아니다. 굳이 큰 새우를 대하(大蝦)라고 하는 것은 일본어로 새우를 뜻하는 말인 ‘에비(蝦)’에서 영향 받은 것이다. 대하는 4~6월 사이에 알을 깨고 가을까지 자라면 살이 통통하게 오르며, 수온이 낮아져 깊은 바다로 들어가기 전인 11월까지 자연산으로 맛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와 남해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특히 태안군 안면도 백사장항은 전국 최대의 대하 집산지로 9월 초에서 10월 사이에는 갓 잡아올린 싱싱한 대하로 백사장 포구가 활기를 띤다. 이처럼 대하는 서해안의 가을진미로 꼽혀 9~10월에 걸쳐 열리는 남당항대하축제, 안면도백사장대하축제 등에는 전국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기도 한다.
이번 달 양향자 원장은 제철 대하로 입맛 도는 새콤달콤한 샐러드와 고급스런 찜요리를 선보인다.
집 나간 입맛 돌아오다
대하바구니샐러드
총각은 새우를 먹지 말라
우리나라 옛 음식 책에 남아있는 대하에 대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1820년)에서는 ‘우리나라 동해에는 새우가 없다. 서해에서 강하(糠蝦)가 나오는데, 이것으로 젓갈을 담가 전국적으로 널리 이용한다. 강하를 세하(細蝦)라고도 하고, 건조한 것은 백하(白蝦)라고 한다. 대하(大蝦)는 빛깔이 붉고 길이가 한 자 남짓한데 「본초강목」에서는 해하(海蝦)라 한다. 회에 좋고 그대로 말려서 안주로도 한다’고 하였다. 「군학회등(郡學會騰)」에서는 ‘대하는 쪄서 볕에 말려 먹고, 중하는 살을 가루 내어 주머니에 넣어서 장독에 담아 이용하며, 세하는 젓갈을 담그는 데 쓴다’고 하였다.
특히 「본초강목」에서는 새우가 양기를 왕성하게 하는 식품으로 일급에 속한다고 하였다. 신장을 좋게 하고 혈액 순환이 잘 되어 기력이 충실해지므로 양기를 돋워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총각은 새우를 먹지 말라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한 대하의 담백한 맛을 살리려면 양념을 되도록 적게 하는 것과 신선도가 중요하다. ‘대하바구니샐러드’는 신선한 대하에 아삭한 채소, 상큼한 소스를 더해 집나간 입맛도 돌아오게 하는 기특한 매력만점 요리다.
[참고]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 2」, 한복진, 현암사
Recipe . 01
1. 소면을 끓는 물에 삶아 물기를 제거한 후에, 채반에 바구니 모양으로 만들어서 기름에 튀긴다.
2. 대하는 내장과 껍질을 제거한 후,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친다.
3. 양상추는 찢어서 물에 담가 신선함을 유지해 주고, 파프리카, 양파는 먹기좋은 크기로 자른다.
4. 브로콜리는 기둥을 자른 후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쳐준다.
5. 식초, 핫소스, 설탕1작은술, 소금 조금, 케첩1작은술, 양파찹1작은술을 넣고 소스를 만든다.
6. 1.의 국수바구니에 준비된 재료들을 예쁘게 담아 소스를 뿌려주면, 완성
바다, 육지와 만나다
대하 떡갈비찜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대하가 가을의 진미로 꼽히는 건 4~5월 산란 후 자라기 시작해 가장 살이 올랐을 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필수 아미노산 성분인 글리신 함유량이 최고조에 이르고 감칠맛도 최고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하의 껍질에는 키토산과 칼슘이 다량 함유돼 있어 구이로 먹을 때는 바짝 익혀 껍질째 먹는 것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박지를 얹은 석쇠에 왕소금을 깔고 구워서 먹는 소금구이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 쫀득한 육질을 즐길 수 있어 사람들에게 인기다.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한 대하는 수컷보다는 암컷이 더 크고 맛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해 소금구이 이외에도 튀김, 찜 등으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데, 가을철 대하는 어떻게 해먹어도 맛있다고 할만큼 감칠맛을 자랑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하찜, 대하구이, 새우전, 새우산적 등을 많이 만들고 일본에서는 튀김 음식인 덴뿌라(天婦羅)를, 중국에서는 튀기거나 매운 토마토소스로 버무린 깐쇼밍하(干燒明蝦)를, 서양에서는 빵가루를 묻힌 새우튀김을 즐겨 먹는다.
양향자 원장은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떡갈비와 가을 진미 대하의 앙상블로 멋과 맛이 살아있는 ‘대하 떡갈비찜’을 선보였다.
Recipe . 02
1. 새우는 내장을 제거한 후 껍질을 벗겨 준비해둔다. 단, 꼬리는 떼어내지 않는다.
2. 다진 쇠고기에 고기 양념을 넣고 버무려서 재워둔다.
3. 손질한 새우에 밀가루를 얇게 묻혀 준비해둔다.
4. 3.의 새우에 2.를 얇게 펼쳐서 말아준다. 그 상태로 냄비에 중간 불에서 20분간 쪄준다.
5. 계란을 풀어 황백지단을 만들고, 당근, 홍고추, 오이, 석이버섯 등을 곱게 채 썬다.
6. 다 익힌 4.에 지단 등 고명을 얹어주면 대하 떡갈비찜 완성!
대하의 품격
<피에세놀> 상하이풍 대하 칠리소스 볶음
<피에세놀>
하민영 지배인 Tip
차별화된 중식요리를 선사합니다
<피에세놀>은 한국에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누벨 쉬누아 콘셉트로 중식뿐아니라 중식의 틀을 깬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기존 중식당과 달리 양식 레스토랑 콘셉트로 꾸며졌고, 계절별로 재료를 달리해 신선한 요리를 제공합니다. 글 조민경 기자 사진 박세웅 팀장
주소 서울 중구 세종대로 22길 16 (뉴서울호텔 1층)
전화 02-792-4997
신개념 중식 스타일 누벨 쉬누아
퓨전중식레스토랑 <피에세놀>. 이 한 마디로 <피에세놀>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이곳의 요리는 중식을 베이스로 하되 다양한 유럽의 조리방식과 재료를 함께 사용한 새로운 스타일의 중식 ‘누벨 쉬누아(Nouvelle Chinois)’다. 1980년대 홍콩에서 시작된 새로운 중국요리로 이미 싱가폴과 일본에서는 널리 사랑받고 있는 장르의 요리다. 인테리어 또한 일반 중식당과는 달리 서양식 레스토랑에 가깝고 음식을 담는 접시 또한 양식 느낌을 풍긴다.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누벨 쉬누아 요리를 구현해 이미 일본에서 큰 인지도를 얻은 마스터 셰프 코토 리키야가 청담 본점 <피에세>를 시작으로 한국에 최초로 이 장르를 소개했다. 그리고 얼마전 오픈한 광화문점 <피에세놀>에서도 이 새로운 중식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코토 리키야 셰프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중식, 프렌치, 일식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재료와 소스의 조화를 맛 볼 수 있다. 광화문 <피에세놀>의 전반적인 요리 콘셉트는 장(醬)을 기본으로 한다. 익숙하게 들어봤던 두반장에서부터 생소한 XO장까지 모든 요리에 바탕이 된다. 9월의 주인공 대하메뉴에도 역시 두반장이 들어간다. 이곳의 ‘상하이풍 대하 칠리소스 볶음’은 인기디너메뉴로 지금까지 봐왔던 일반 칠리새우와는 비주얼부터 다르다.
대하머리를 먹어 보아요
대하의 영양소는 특히 머리 부위에 집중돼 있다. 몸통만 먹고 머리를 버리는 것은 대하의 영양소를 반만 먹는 셈이다. 상하이풍 대하 칠리소스 볶음은 대하머리를 따로 튀겨내 몸통과 함께 나온다. <피에세놀> 이영환 셰프는 이 요리의 포인트는 대하를 튀겨내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몸통을 너무 오래 튀기면 대하살이 질겨지고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머리와 몸통을 따로 튀겨 낼 때 기름의 온도차이가 중요하다. 몸통은 저온에서 부드러운 맛을 살려 튀기고 머리는 고온에서 바삭바삭하게 튀겨낸다. 바삭한 대하머리를 한 입 베어 물면 몸통의 맛을 잊을 정도로 그 맛에 푹 빠진다. 그동안 새우머리를 기피했다면 <피에세놀>의 상하이풍 대하 칠리소스 볶음 대하머리를 맛보라고 권하고 싶다.
소스도 지금까지 경험했던 케첩과 고추기름을 기본으로 하는 일반 칠리새우와 다르다. 이곳의 상하이풍 대하 칠리소스 볶음에는 ‘추냥’이라는 독특한 무기(?)가 들어간다. 추냥은 쌀에 정종과 설탕을 섞어 상온에서 일주일 정도 발효시켜 만든다. 발효 특유의 향이 나고 막걸리와 비슷한 맛이 난다. 발효가 완성된 추냥을 마늘, 생강, 파 등 각종 채소와 두반장을 베이스로 한 칠리소스에 첨가하면 <피에세놀>만의 특제 소스가 완성된다. 접시 양쪽에 몽글몽글 귀여운 모양으로 플레이팅된 레몬거품은 먹는 재미와 상큼한 맛을 더한다. 또 중식요리지만 와인과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앞으로 9월을 맞아 싱싱한 대하 신메뉴가 계속 추가될 예정이라고 하니 새로운 대하요리도, 색다른 중식스타일 <피에세놀>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