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수박 이야기
여름 날 오후,
새빨간 큰 소반에 새파란 수박을 올려
놓고 잘 드는 칼로 자른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17세기 중국 평론가 김성탄은 수박을 이렇게 떠올렸다. 수박은 고려말 몽골에 귀하했다가 몽골의 장수로 고려로 내려왔던 홍다구(洪茶丘)에 의해 개성에서 처음 재배되면서 국내에 전해졌다. 그러다 조선시대에 와서 보편화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수박은 고대 이집트 그림에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약 4000년 전부터 재배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수박이 시원한 것은 단지 온도가 차가운 것만이 아니라 몸을 차갑게 하고 이뇨를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어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수박은 신장병이나 고혈압 같은 병으로 인해 생기는 부기를 가시는 데 효과가 탁월하고, 또한 수박씨도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여름이라면 수박, 7월에는 수박을 먹자.
글 김민정 부장 사진 박세웅 팀장
한여름,
수박 하나만 있으면 되더라
수박
수박은 아프리카가 원산지로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재배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연산군일기(1507)」
에 수박 재배에 대한 기록이 나타나 그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박에는 시트룰린 성분이 풍부한데, 이는 혈관을 이완, 확장시켜 남성의 정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또 수박의 붉은 빛인 라이코펜 성분은 전립선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수박의 효능은 『동의보감』에도 잘 나타나 있다. 문헌에 따르면, 수박은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면서 독이 없어 갈증과 더위 독을 없애고기(氣)를 내리고 오줌이 잘 나가게 한다. 또한 입 안이 허는 구내염 등에도 치료효과가 좋다고 기록돼 있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대표과일은 수박이다. 한입 크게 베어 물면 시원하고 달콤한 과즙이 무더위를 저 멀리 날려 준다. 양향자 원장은 수박 과육은 과육대로, 껍질은 껍질대로 알차게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수박으로 시원하게 여름을 나보자.
Who’s the chef?
양향자 원장.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이사장, 양향자 푸드앤코디아카데미 원장, 한국푸드코디네이터협회 회장. 고려대학교 대학원 식품가공학 석사인 양향자 원장은 서정대학 외식조리학과 교수이며 중국 산동대학교 객원교수, 농림부 쌀요리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국내외 활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러시아 각 대학에서 한식 조리과정을 설립하고 지 학생들에게 한식을 가르쳐 러시아에 한식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사)세계음식문화연구원 양향자요리학원, (사)한국푸드코디네이터협회와 함께 요리를 연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뜻깊은 교육을 하고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14-15 전화 02-511-1575
뜨거운 밥, 찬 냉국, 왕의 밥상
수박 냉국
Recipe 01
1. 수박 껍질은 벗기고 흰 부분은 얇게 채 썬다.
2. 양파도 얇게 채 썰어 준비한다.
3. 쪽파는 송송 썰고, 청양고추도 작게 어슷썬다.
4. 그릇에 채 썬 수박, 양파, 쪽파, 청양고추를 넣고 물, 소금, 식초, 깨소금으로 간한다.
껍질의 무한변신
우리나라에 수박이 전해진 시기는 13세기 말이다.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고려 충렬왕 때 홍다구가 개성에 처음으로 수박을 심었다고 적었다. 고려 말이니 전래 시기도 비교적 늦은 편이고 보급도 더뎠다. 세종 때는 수박 한 통 값이 쌀 다섯 말이라고 할 정도로 귀했다. 그렇게나 귀한 과일이라 보급되지 않았으니 수박껍질까지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한참 후에나왔다. 19세기 중엽의 실학자 이규경은 수박껍질로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서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사람들이 수박껍질은 쓸모가 없다고 버리는데 항아리에 담아 장을 담그면 무김치와 마찬가지로 좋은 반찬이 된다고 적었다. 이규경은 수박껍질이 몸에 좋다며 그 용도에 대해서는 명나라 의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을 참고해 적었는데 「본초강목」에는 수박껍질인 서과피(西瓜皮)가 약재로 나온다. 껍질 역시 수박처럼 열을 식히고 갈증을 멎게 할뿐더러 이뇨작용을 한다고 했는데 특히 입안이 헐었을 때 수박껍질을 갈아서 먹으면 좋다고 나온다.
양향자 원장은 수박껍질로 냉국을 만들었다. 하얀 속껍질로 만든 냉국은 아삭하고 시원해서 속이 뚫리는 기분이다. 오이 사러 나갈 필요없이 먹고 남은 수박껍질을 이용해보자.
달고 차니 세상을 잠시 잊다
수박에이드
Recipe 02
1. 수박 과육은 씨를 제거하고 믹서기에 갈아준다.
2. 레몬은 얇게 슬라이스 한다.
3. 유리컵에 갈은 수박, 탄산수, 메이플 시럽을 넣고 섞어준다.
4. 취향에 맞게 얼음을 넣고 슬라이스 레몬을 위에 띄운다.
갈증과 땀의 특효약
대표적인 여름 과일 수박은 수분 함량이 95% 정도로 매우 높아 갈증 해소에 효과적이다. 「동의보감」에는 수박이 마른 갈증과 더위 독을 없애준다고 기록돼 있다. 또 수박에는 시트룰린이라는 물질이 있어 이뇨작용을 돕는다. 민간에서 수박이 신장병이나 당뇨병을 가진 사람에게 약용되는 것은 붓기를 빼주기 때문이다.
과육에는 수분 외에도 여러 가지 효능을 가진 성분들이 있다. 비타민A와 C가 풍부하고 당질이 4.7% 포함돼 있는데 수박에 들어 있는 당질은 주로 포도당과 과당의 형태이기 때문에 몸에 잘 흡수되고 지친 몸을 회복시켜 주는 기능이 뛰어나다. 포도당과 과당은 신경 안정과 숙취 해소, 해열과 해독, 혈압을 떨어뜨리는 데에 효과가 있다. 수박의 붉은 색은 카로티노이드계의 색소로 이것의 70% 이상이 리코펜이다. 이 리코펜은 최근에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양향자 원장은 수박 과육만으로도 시원하고 상쾌한 음료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차게만 먹어도 단맛이 강한 수박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빙수의 끝판왕 대령이오
<PROJECT D> 수박빙수
<PROJECT D>
정철오 대표 Tip
한정메뉴로 더욱 수준을 높이다
수박은 5월부터 8월까지 제철에만 내는 한정메뉴입니다. 단가와 일정 수준의 질을 맞추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덕분에 오히려 양질을 유지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물론 어린이들도 수박을 동그랗게 잘라 쌓은 모양을 보고 신기해하며 즐거워합니다. 수박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한 디저트를 고민합니다.
주소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1189-6
전화 031-898-0878
빙수로 할 수 있는 모든 메뉴의 끝판왕, 또한 수박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메뉴의 결정판. 이것이 수박빙수다. 기존의 과일빙수를 떠올리고 그냥 수박을 떠서 얼음 위에 얹은 것으로 지레짐작하면 매우 곤란하다. <PROJECT D>의 수박빙수는 기존의 빙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
“제철과일을 이용한 빙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박빙수는 메뉴개발을 도와주시는 어머니의 아이디어였어요. 화채 스타일로 만들어 소복하게 쌓아올리는 비주얼까지 완성하셨죠. 새로운 맛을 찾거나 과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매우 좋아하세요.”
정철오 대표는 수박빙수의 출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쿱으로 떠내 알알이 동그랗고 귀여운 모양의 수박을 곱게 간 얼음 위에 올려 일단 눈부터 호강하는 기분이다. 시원하고 멋진 비주얼에서 더위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여기에 슈가파우더를 뿌리고, 수박을 갈아낸 달콤하고 시원한 수박시럽을 부어 먹으면 세상사 시름을 잠시라도 잊게 된다는 고객들의 반응이다. 정 대표는 여동생과 어머니까지 함께 카페 운영에 참여하고 있어 아이템 선정, 메뉴개발, 출시까지 한달음이라 좋은 아이디어를 잘 살릴 수 있다고 얘기한다. 수박빙수 뿐 아니라 자몽빙수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많이 냈고, 평가도 좋았지만 수입산 과일의 경우 질이 일정하지 않아 맛이 달라질 수 있어 포기한 경우도 꽤 많았다고. 수박빙수는 전 연령층에서 반긴다.지난해 여름 더위에 500~600통의 수박을 써야 했는데 올해는 더욱 일찍 찾아온 더위에 1000여 통의 수박을 사용하게 될 거란 예상이다. 소문 듣고 수박빙수를 먹기 위해 보정동 카페거리에 자리잡은 <PROJECT D>까지 찾아오는 고객들은 날로 늘고 있다. 수박빙수는 물론 팥을 직접 끓여 만든 팥빙수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이제 다른 업체에 팥을 공급할 정도로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커피로 시작해 디저트 전문 카페로 전문화되고 있는 <PROJECT D>의 명성은 앞으로 더욱 드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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