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 단체에 법적 협의 요청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의 힘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상생 구조를 제도화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경영 위축과 갈등 증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 도입 ▶등록 단체의 협의 요청권 부여 ▶가맹본부의 협의 의무화 ▶가맹지역본부 보호조치 신설 등을 핵심으로 한다. 법 시행 이후 일정 요건을 갖춘 가맹점주 단체는 거래조건 변경, 영업환경 개선 등에 대해 본부에 공식 협의를 요청할 수 있으며, 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경우 시정조치나 과징금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본사의 문제 제기
‘상생 취지 공감하지만, 제도는 미완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다수 가맹본부는 법 개정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현행 개정안이 산업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불균형 규제’라는 점을 강하게 지적한다. 특히 대표성 기준과 협의 창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부족해 복수 단체 난립, 협의 요청권 남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협회 측은 “가맹본부 한 곳의 경영위축은 수십 개 가맹점의 생존과 직결된다”며 “연중 다수 단체의 협의 요청에 대응해야 하는 구조는 본사의 경영 안정성을 흔들고, 결국 피해는 가맹점주에게 되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전체 가맹본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규모·영세 브랜드의 경우 제도 대응 여력이 부족해 폐업이나 가맹사업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업계는 특히 ▶가맹점주 단체 명단 비공개 ▶요청 요건의 포괄성 ▶협의 불이행에 대한 제재 중심 구조가 ‘깜깜이 협상’과 브랜드 내부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하며, 추가 입법을 통한 보완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가맹점주협의회의 시각
‘대화의 문조차 없었던 구조를 바꾸는 첫걸음’
반면 가맹점주 단체와 소상공인 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을 “10년 넘게 기다려온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장치”로 평가한다. 그동안 가맹점주들이 거래조건 변경, 불공정 관행 문제를 제기해도 본부가 협의 자체를 거부하거나 응답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었고, 결국 거리 집회나 소송으로 갈등이 확산되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가맹점주 측은 “대부분의 분쟁은 대화로 해결 가능한 사안이지만, 공식 협의 창구가 없어 사회적 비용만 키워왔다”며 “이번 개정안은 갈등을 조장하는 법이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한다.
또한 경기침체, 원가 상승, 본사의 일방적 정책 변경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주들에게 단체협의권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협상 수단이며, 이는 프랜차이즈 산업을 넘어 종속적 자영업 전반으로 확대돼야 할 권리라는 주장도 나온다.
#상생을 위한 방안은
법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 결국 ‘운영의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의 본질이 단순히 ‘법의 문제’가 아니라 프랜차이즈 운영 구조 전반에 있다고 지적한다. 노하우와 시스템 없이 가맹사업을 확장한 본사, 프랜차이즈 구조와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창업에 나선 가맹점주, 그리고 이를 조정·관리할 내부 시스템의 부재가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출점 단계에서의 ▶허위·과장 정보 제공 ▶예상매출액 부풀리기 ▶영업지역 침해 ▶부진점 관리 부재 등은 법 개정 여부와 무관하게 반복돼 온 문제로 꼽힌다. 매출 부진과 손익 악화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못하고, 본사와 점주 간 소통 창구인 수퍼바이저(SV)의 역량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점도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상생의 관건은 ‘제도 이후’에 있다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분명 프랜차이즈 산업의 한 축에 무게를 실은 제도 변화다. 그러나 제도가 상생의 출발점이 될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지는 시행 과정에 달려 있다. 대표성 기준 명확화, 협의 범위와 절차의 구체화, 협의 남용 방지 장치 마련과 함께, 본사의 자율적 개선 노력과 점주의 책임 있는 참여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법은 문제 해결의 해답이 되기 어렵다. 결국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대립’이 아니라 ‘공동 생존’이다. 법이 만든 협의의 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번 개정안은 산업 신뢰 회복의 전환점이 될 수도, 또 하나의 갈등 기록으로 남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