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러시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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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러시아의 맛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2.11.1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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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코브> 니키타 니르코브 대표

<니르코브> 니키타 니르코브 대표는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 고객이 케이크를 남김없이 다 먹었을 때, 코로나로 힘들 때도 찾아온 단골과 얘기할 때, 행복하고 뿌듯하다고 전했다. 온라인스토어도 매장도 잘 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니르코브>를 남다른 개성이 있는 특색있는 카페로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다.

니르코브 니키타 니르코브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니르코브 니키타 니르코브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이열치열’, ‘롱디’. 디저트카페 <니르코브> 니키타 니르코브 대표는 사자성어에 유행어까지 구사할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사람을 놀라게 한다. 직접 만드는 케이크와 커피, 카이막까지 뛰어난 맛에, 니르코브 대표의 상냥한 미소와 친절한 응대로 <니르코브>는 많은 단골 고객이 생겼다. 외국인 사장을 보고 뒷걸음질하던 고객들은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라며 니르코브 대표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다시 들어와 앉았다.  

 

 

고향 음식을 아이템으로 
“무역을 공부하러 중국에 유학갔다가 아내를 만났어요. 아내는 단기 유학이라서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갔고, 3년 동안 ‘롱디’였습니다, 결혼해서 정착할 곳을 두고 고민했는데 미래를 생각하면 한국이 나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우리끼리는 중국어로도 얘기합니다. 하하.”

유학 시절 만난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니키타 니르코브 대표는 사업을 준비하던 중 러시아 음식에 대한 반응을 알게 됐다. 2018년 무렵 직항이 생기는 등 러시아 여행이 활발해졌는데, 러시아 음식이 맛이 없다, 달다 라는 후기가 많았다. 자신이 아는 러시아 음식의 맛과 다른 평가에 놀란 니르코브 대표는 한국인들에게 ‘진짜’ 러시아 음식을 맛보게 해줘야겠단 생각을 했다. 

메도빅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디저트로, 달고 단단하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디저트라서 주문하는 고객에게 한사람씩 잘 설명하고, 책까지 만들었다. 연구를 거듭하여 ‘새끼손가락으로도 자를 수 있는’ 부드러운 메도빅을 만들었다. 6개월 정도 후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해서 부드러운 메도빅은 한국 고객들에게 점차 인기를 누리며 ‘인생 디저트’라는 반응까지 얻었다.

 

 

니르코브 니키타 니르코브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니르코브 니키타 니르코브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외국인 사장님의 고충 
한국인 가족, 유창한 한국어 실력 등 한국에 적응하기 좋은 조건이지만 ‘외국인’이라는 신분은 한국에서 사업하기 쉽지 않았다. 외국인이 사업자를 내려면 서류도 많고 절차도 복잡해서 니르코브 대표조차 결국 한국인 아내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야 했다. 심지어 코로나로 인한 보상도 외국인은 신청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온라인으로만 신청할 수 있었는데, 신청자 이름을 넣는 칸에 ‘니키타 니르코브’를 다 쓸 수 없어서 보상을 포기해야 했다.

어렵게 사업자를 내고 가게 문을 열었지만 벽안의 외국인이 카운터에 있는 걸 본 한국인 고객들은 문을 열다말고 돌아나가고, 눈이 마주치자 돌아서는 경우도 있었다. 막상 들어와서도 영어로 주문해야 하나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이 모든 고충은 올해 초 일어난 전쟁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니르코브 대표에게 따지는 사람도 있고, 어느 편이냐 묻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마다 단골 고객들이 대표를 위로하고 편이 되어줬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로 힘들 때도 단골들이 찾아와 응원해줘서 힘을 얻었어요.”


한국 대표 프랜차이즈
첫 가게는 해방촌 신흥시장에서 오픈했다. 이태원 근처라서 외국인들이 많이 살았고, 한국인 고객들도 외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많이 봐서 익숙한 편이었다. 먼저 정착한 외국인 창업 선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얻었고 단골 고객도 많이 생겼지만, 신흥시장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가게 위치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코로나로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공사로 엉망인 길인데도 가게까지 온 분들이 그냥 돌아가게 하기 미안했어요. 지금 위치는 성신여대와 한성대, 고려대의 중간 지점이라 여학생 고객들이 많습니다. 이태원 주방에서 디저트를 만들어서 매장에 가져오고 온라인주문을 통한 배송도 합니다.”

니르코브 대표는 공장을 만들어 전국으로 메도빅 등 디저트를 배송하고, 대만, 중국 등지로도 배송하게끔 사업을 키우겠다는 바람이 있다. 서울에 이어 대구에도 지점을 낼 준비를 마쳤고, 이렇게 전국 각 지역에 지점을 내면서 프랜차이즈로 확장시킨다는 원대한 계획이 있다. ‘외국인 사장님’이 일군 한국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니, 얼마나 멋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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